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노력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대우조선 인수에 큰 기대를 걸고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인수대금 납부 방법에서 산은과 입장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또한 대우조선 노조와도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노조 반대로 계약 전 실사(實査) 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한화의 '실탄 부족'이 가장 큰 원인

당초 한화는 본입찰 참여 당시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9조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산은 측에 제출했고 낙찰가는 6조5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한화는 당시 자금조달 능력에 대해 "전국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유휴 부동산의 매각과 유동화를 통해서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며 "한화석유화학 등 우량 계열사의 경우 잉여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추가적인 차입이 언제라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14일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한화는 태도를 바꿔 인수대금의 분할 납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재원이었던 주식과 부동산의 가치는 하락하고, 투자자들의 자금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달라는 게 한화의 입장이었다.

이에 산은은 MOU 수정이나 분할 납부는 수용할 수 없는 대신, 본계약 체결 시점을 1달 뒤로 미루고 사모투자펀드(PEF) 조성을 통해 한화의 자산을 사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럼에도 한화는 물러서지 않았고 산은에 대우조선 지분을 분할매각하는 방안을 제의한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의 60%(전체 지분의 30%)만 우선 사고 나머지 40%는 추후에 금융시장 사정이 좋아지면 함께 매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은 측은 한화의 분할 매입안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매각공고안에 없던 분할매각을 허용해 주면 탈락한 기업들로부터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특혜시비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MOU 내용을 변경할 의사는 없다"며 "분할 납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화 역시 고집을 꺾지 않았다. PEF를 통해 한화 자산을 사주겠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가치가 바닥을 기고 있는 시점에서 산은이 제 값을 쳐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추가로 자산을 매각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을 얻는 대신, 그룹의 바탕이 통째로 흔들릴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돌았다.

결국 한화는 "팔 수 있는 자산도 다 내놓은 만큼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 했다"며 자금조달 계획으로 분할매입안을 공식 제출했고 산은의 반대로 딜은 깨져버렸다.

이밖에 대우조선 노조의 요구와 실사 저지도 협상 무산에 한 몫을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고용 및 임단협 승계, 매각에 따른 개인별 보상 및 위로금 지급, 우리사주조합 지원, 회사 자산처분 금지, 자본구조변경 금지 등을 한화 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한화는 "고용 및 입단협 승계는 하겠지만 노조의 다른 요구 사항은 경영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수용 거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노조가 한화의 실사 저지에 나섰고 한화로서는 대우조선의 가치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게 돼, 협상 무산에 또 하나의 빌미로 작용했다.

◇한화 이미지에 '먹칠'

당초 한화는 조선업을 그룹의 핵심 축으로 삼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품었다.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10년 후 그룹 매출 100조원과 해외 매출 비중 50%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한화의 목표였다.

한화 김승연 회장도 MOU체결 직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에서 "한양화학과 대한생명 인수에 이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해양에 걸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장차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 무산으로 한화는 향후 경영전략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으며 3000억원의 이행보증금까지 날릴 판에 처했다.

또한 인수합병(M&A) 실패로 기업의 대외 신인도나 이미지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무리한 협상을 추진했던 회사 경영진의 판단에 대한 그룹 내부의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대우조선 인수를 전제로 한화가 경남 거제 지역에 약속했던 지역개발프로젝트가 무산될 것으로 보여, 지역 주민들로부터 쏟아질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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