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24~27일) 이후 증시에 대해 전문가들이 미국 증시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설 기간 동안 미국에서는 우울한 소식들이 들려왔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과 잇따른 감원 소식이 쏟아졌다.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 캐터필라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2% 급감했고, 올해 순이익도 월가 예상치인 주당 4.25달러를 크게 밑도는 2.50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올 1분기중 2만명의 직원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네럴 모터스(GM)도 2000명의 직원을 추가로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경기지표 호전소식과 행정부의 부양책 조기 집행 기대감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컨퍼런스보드의 12월 경기선행지수가 0.3% 상승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26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38.47포인트(0.48%), 나스닥 지수가 12.17포인트(0.82%) 올랐다.

다음주 증시는 중국 증시의 휴장(26~30일)으로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30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한범호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기정사실이고, 기준금리가 제로수준인 현 시점에서 FRB가 금리정책을 통한 시장대응에 나설 여지는 없어 보인다"며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 배드뱅크 설립이나 은행 국유화와 같은 비상수단까지 언급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FRB가 어떠한 성명을 통해 시장의 완충 작용을 할 수 있을 지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내부적으로도 점검이 필요한 요소들이 많다"면서 "변동성이 높은 증시 흐름에서 쉽사리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임에 따라 변동성을 염두에 둔 압축적인 대응을 우선시 할 것"을 조언했다.

지난주 발표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시장의 눈높이가 지속적으로 낮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욱 부진했고, 연휴를 앞두고 급격하게 위축된 거래량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 이탈 조짐도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기방어 관련주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정부의 신성장동력산업 관련주 등으로 관심 대상을 압축해 나가는 대응이 유리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주 있을 미국 주요기업들의 실적발표도 증시를 출렁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인 웰스파고(28일)와 자동차회사 포드(29일)의 실적발표는 향후 구제자금 집행의 방향성이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요소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시 확산되기 시작한 금융주들의 추가 부실 우려감과 실적발표 시즌이 정점을 이루는 이번주
는 굵직한 시장 이슈들도 연이어 예정되어 있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 하다는 전망도 신뢰를 얻고 있다.

현대증권 한동욱 연구원은 "지난 3개월은 정책 대응이 실물침체를 압도하는 반등국면이 전개됐다면 향후 3개월은 방향성 보다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른 여파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고,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대내외 금융위기 봉쇄를 위한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최악의 금융기능 불능 상태를 벗어나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공급과잉 해소와 부실자산의 정리를 목표로 한 불가피한 구조조정 과정이 예상되기 때문에 경기침체 상황이 계속되고, 증시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신용기능 회복을 위한 미국정부의 조치가 강화되고,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글로벌 주요국의 자본확충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난해 9~10월의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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