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기자] 몇해전에 우리나라 세관은 스위스산 금괴 9톤(수입 신고가 1793억원)을 수입한 국내업체7곳을 FTA원산지 규정을 위반으로 탈루세액 174억원을 부과하였다.
  
이들 업체가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는 이렇다.

스위스로부터 수입한 금괴는 품목분류코드(HS Code)가 7108.12호에 분류되고, FTA발효후에는 기본관세율 3%에서  FTA관세율이 제로(0%)가 적용된다.

그런데  FTA를 이용한 관세혜택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정에서 정한 원산지 결정기준을 만족하고 그에 따른 원산지증명서를 구비해야만 한다.

한-EFTA(스위스,리히텐슈타인,아이슬란드,노르웨이 등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무역연합)협정에서는 금괴의 원산지 결정기준을 6단위의 세번(HS)변경기준으로 정하였는데 이는 해당 FTA체결국에서 원재료와 완제품의 HS 6자리가 변화되는 제조, 가공행위를 해야만 원산지로 인정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의 사례를 살펴보면 원산지규정 위반으로 관세추징을 당한 스위스금괴는 남아공 등 제3국에서 저순도 금괴를 스위스로 직접수입해서 고순도화 공정(정련)을 거쳐 금괴를 생산, 한국으로 수입된 것이다.

스위스에서의 가공행위는 HS변경행위가 일어나지 않는 고순도화 공정만이 이뤄졌다. 이 금괴는 한-EFTA협정에 의한 스위스산으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 것이며, 따라서 관세율은 기본세율인 3%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만약 수입된 금괴가 저순도화 제조과정을 스위스에서 행하였다면 원산지가 스위스로 인정되었을 것이다.

결국 원산지규정을 이해하지 못해 막대한 세금을 추징받게 된 사례다.

이 사례를 통해 알수 있는 바와 같이 FTA가 체결되어 발효중이라 하더라도 해당체약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물품, 또한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모든 물품이 곧바로 FTA관세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즉 협정별, 품목별로 별도의 원산지결정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재확인하고 그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원산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특정국가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거래선 다변화가 무엇보다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거래선 다변화를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가격경쟁력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협정을 맺고 발효중인 나라는 50개국가 11개FTA가 있는데, 우리나라와 최초로 맺은 칠레를 비롯하여 싱가포르, EFTA(북유럽5개국), 아세안(10개국), 인도, 그리고 이들 나라보다 무역규모의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선진경제권인 EU(유럽28개국)와 미국은 물론, 페루, 터키, 호주, 캐나다 등이 있다.

FTA활용률 면에서 우리나라와 인접국이면서 세계경제영토의 상당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중FTA가 타결되면서 이제 우리기업들은 FTA활용을 통한 글로벌 선진기업으로의 도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겠다.

따라서 계속적으로 체결되는 FTA를 제대로 잘 활용하는 길은 내가 생산하는 물품 혹은 내가 수입하는 물품의 원산지 기준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규정된 원산지증명서를 정확하게 발급하는 것이 첫번째 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FTA관세율이나 품목의 원산지 결정기준에 대한 정보는 관세청FTA포털이나 한국무역협회 FTA포털을 활용하면 확인할 수 있다. 적극적인 이용을 통해 FTA시대에 부응하는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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