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관련 쇼크가 심각하다. 사망자가 나왔다.우려하던 3차감염자도 발생했다. 3일현재 환자가 30명,감염의심자는 398명, 격리자는 1300명이 넘는다. 사망자나 감염환자수도 날이 갈수록 증가할 추세다. 휴교에 들어간 학교가 이미 수백곳에 달한다.
괜챦겠지, 큰 일 이야 있겠어...하면서 설마 하는 사이 사태가 심각하게 진전돼 버렸다. TV뉴스가 시간마다 이 소식을 전한다. 신문도 주먹만한 활자로 사태의 심각성을 들추고 무대책을 탓하지만 상황이 쉽게 호전될것 같지않아 걱정이다.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중학 1학년 때 일이 생각난다. 연세 높은 어르신들 가운데는 기억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1958년 여름 이었다. 지금부터 57년 전 일본뇌염이 전국을 휩쓸었다. 해마다 발생하는 뇌염의 최초 발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8월 하순 개학하자마자 또 방학이었다. 지금 전국에서 많은 학교가 메르스 위협으로 휴교 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무려 3년에 걸쳐 전 국토를 초토화 시킨 6.25전쟁이 멈춘지 불과 5년밖에 안된 시점에서 뇌염비상이 걸린 것이다. 변변한 예방약도 치료제도 거의 없었때라 별도대책 이란게 있을 리 없었다. 모기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뜨거운 햇볕을 쪼이지 말라, 과로하지 말라는 게 대응의 전부였다.
휴교령이 내려 며칠 쉬다 다시 학교가면 또 쉬라고 했다. 3~4일, 아니면 1주일 이런 식으로 8월20일 께 개학해서 5 ~ 6차례 방학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9월하순이 됐다. 찬바람이 불고 모기의 극성이 다소 누그러진 후 개학해서 정상수업이 이루어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 뇌염에 걸려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혹 나았다 해도 뇌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땐 그래도 기후 변화로 한달 쯤 고생하다 수그러 들었지만 요즘 사태는 단순치 않은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지금 맹위를 떨치고 있는 메르스가 언제쯤 잠잠해져 아이들이 마음편하게 학교가고 국민들도 감염위협으로부터 벗어나 걱정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은 너무나 황당하다는 사실이다. 무려 50여년 전과 지금 상황이 왜 그리 비슷한지 모르겠다. 1인당 국민소득 몇 십 달라에 불과했던 굶주리고 헐벗었던 시기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고 자부하는 지금의 상황이 왜 비슷한가? 국민보건위생에 관한 정책은 전문가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서 지적하고 있는 사항이라 여기서는 언급 않겠다. 그러나 질병에 대처하는 방식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서글프다. 한편으로 짜증이 난다.
환경이 달라지고 여건이 호전됐으면 거기에 맞는 세련되고 효율적인 대응 방안이 나와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고작 국민들에게 밝히는 고위 책임자들의 발언이 마스크하고, 병원출입 자제하고, 손이나 철저히 씻으라는 당부밖엔 없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서도 한가지 잘하는 게 있다면 환자발생 병원을 밝히지 않는 점이다.
만약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름을 발표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은 뭘로 막을 것인가?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여론에 떠밀리지 말고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할 것 같다.
상황 악화가 지속되면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국가위신과 신뢰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따를 것이다. 증시가 영향 받고, 관광객 발길이 뜸해지고, 수출물량도 줄고, 오다가 급감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판이다. 도대체 나라가 왜 이꼴이 됐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적절한 대응을 못하는 것 같고 정치판은 딴 생각들로 싸움질하기 바쁘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지금은 다른 일 제쳐놓고 메르스 조기퇴치에 모든 국력을 응집해야 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민들도 근거 없이 떠도는 소문에 현혹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부가 현명한 대응책을 빨리 내놓고 조기퇴치에 전념하도록 믿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느 병원이 문제고, 환자 처리가 어떻다고 뒷소리할 게 아니다.
우리가 아프면 찾는 곳이 어딘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가? 아파서 참기 어려울 때 그래도 따뜻이 감싸고 돌봐 주는 곳이 바로 병원이다. 어려움에 처해 최선을 다해 수고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힘 빠지지 않게 신경 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라고 우리가 외면한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정부와 병원과 의료진을 믿고 냉정하게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지금당장 우리 국민들이 취할 도리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