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의 주홍글씨> 법 앞에 자본과 권력이 처벌받는 꿈같은 사회를……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은 권력과 자본가에게 관대하고 법을 심판하는 판사는 돈으로 형량을 팔 수 있으며 경찰은 범죄자를 골라서 잡을 수 있는 국가의 국민들은 국가해체를 생각할 수밖에”

평생 모은 재산을 사기꾼한테 사기당해 거지가 된 사람이 법정 앞에 섰다. 사기를 친 사람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거짓말로 유혹해 천문학적 재산을 모았다. 이 사람이 법정에 섰을 때 판사는 누구 편일까?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기꾼이 처벌 받는다가 정답이겠지만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사기당한 사람이 무고죄로 오히려 처벌 받는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홍만표 변호사 사건만을 본다면 범죄인이 처벌 받기보다는 당한사람이 바보라는 사회적 인식이 더 팽배한 듯하다. 국가라는 거대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만민평등주의 이지만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죄의 무게를 판단하는 판사들이 작당해 돈으로 형량을 매매할 수 있는 형량매매가 공공연한 사실처럼 보이는 홍만표 변호사 사건을 검찰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지는 전 국민의 관심사다.

또 도둑을 잡아야 할 경찰이 범죄자를 대신해 다른 사람을 먼저 구속하고 진짜 범죄자는 방관하는 경우도 있다. 일 년간 사업주의 범죄를 처벌해 달라고 고공농성에 들어간 사람은 농성을 풀고 내려온 지 수분 만에 체포되고 비리를 저지른 사업주는 결코 체포되지 않는 정의불구현 사회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법 감정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넘어 국가 포기론 까지 거론할 지경이다.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은 권력과 자본가에게 관대하고 법을 심판하는 판사는 돈으로 형량을 팔 수 있으며 경찰은 범죄자를 골라서 잡을 수 있는 국가의 국민들은 국가해체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험들이 누대에 걸쳐 쌓이면서 우리사회에서는 “나서지 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중간만 해라,”등 오직 살아남기 위한, 생존에 대한 가르침을 중요한 덕목으로 꼽게 됐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해 한국이라는 나라의 사회구조를 비난하고 있다.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국가해체론까지 등장한 시점에서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돈지랄과 명령 한 마디에 철저하게 움직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국민이라는 대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국민이라는 대상이 없으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아직 국가라는 개념의 거대사회가 존재하고 있을 때 법 앞에서는 자본과 권력이 죄질의 무게에 따라 엄중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한국의 미래는 국가가 위에 처했을 때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법정의를 실현할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아도 법정의가 왜곡되지 않고 실현되면서 그것이 누대에 걸쳐 쌓이는 동안 각 가정에서도 불법이나 불의를 보면 “우리가 먼저 나서야지”라는 사회가치철학이 완성될 때 한국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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