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칼럼] 한국판 ‘라 마르세예(La Marseillaise)’ 임을 위한 행진곡

유럽의 중세역사 중에서 가장 비중 있게 나오는 단어는 ‘합스부르크’다. 합스부르크는 한 개 가문의 이름이지만 합스부르크 가문에 속한 사람들 중에는 동로마제국의 황제에서부터 스페인과 독일, 오스트리아의 왕까지 있었다. 말 그대로 절대 권력의 가문이었다. 합스부르크가 무너진 것은 프랑스의 부르봉왕조에 의해서다, 이른바 태양왕으로 불리는 루이 14세가 등장하면서 합스부르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프랑스의 부르봉왕조는 프랑스를 지배하면서 절대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폭정의 극을 보여주었다. 루이16세에 이르면 왕족과 귀족계급의 사치가 극에 달했다. 왕은 우유부단해 귀족들의 사치를 견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서서히 민중반란은 시작됐다. 루이16세는 이 모든 것이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의 계략에 의한 것이라 믿고 전쟁을 시작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시민군들에 의해 루이16세는 단두대의 이슬이 됐다. 프랑스공화정의 시작이었다.

당시 프랑스를 쳐들어 왔던 외국군대는 프랑스 시민군과 격렬한 전투를 치르게 된다. 이때 만들어진 노래가 오늘날 프랑스 국가에 해당하는 ‘라 마르세예(La Marseillaise)’다. 가사만을 본다면 지나치게 자극적인 노래다 프랑스의 국가다.

"가자, 조국의 아들들이여/영광의 날은 왔나니/압제가 앞에 있지만/피의 깃발이 올려졌나니/피의 깃발은 올려졌나니/들판을 함께 가자/야만적인 적군을 무찌르자/적은 다가오고 있다./우리 아들, 우리 조국의 목을 치기 위해.

(후렴)시민이여! 무기를 들어라/무장하라 전사들이여/전진하라! 전진하라!/적의 더러운 피가/우리 들판을 흐를지니/조국의 신성한 수호신이/우리 복수심에 불타는 군대를 보살피고 지켜줄지니/자유, 사랑하는 자유의 신이여/적과 싸우자/적과 싸우자/우리 깃발 아래서, 승리의 노래가/힘차게 울려퍼질지니/쓰러져가는 적들도 그대의 승리와 영광을 보리라!/우리 군대와 시민의 승리를........,

가사만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널리 불리는 혁명가 ‘임을 위한 행진곡’과 비슷하거나 더 앞서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게 ‘라 마르세예(La Marseillaise)’를 애국가로 지정하고 오늘날에까지 부르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이 노래를 애국가로 부르는 이유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자신들의 손으로 풍전등화와 같았던 조국 프랑스를 지켜냈다는 것과 독재왕정을 무너뜨리고 시민들 스스로 혁명을 완성했다는 자부심에 있다.

반면 한국 민주화의 산 증인이자 민주화 운동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직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군사쿠데타에 저항했던 광주시민들의 희생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고 한국 민중은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는 명제를 만들어 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1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실현되기까지 국민들의 노래가 되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임을 우한 행진곡’은 우리들의 노래이며 한국민중 저항의 역사이다. 지난 1980년 5월18일 계엄군이 자국민을 학살했던 역사가 불변하듯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가지고 있는 저항의 역사 또한 불변의 진리다.

<사회부국장> 전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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