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반가운 장마 탁한 부유물 제대로 거두어 가길

사계절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반도의 우기는 여름의 초입에 해당하는 6~7월 이다. 이 시기에 약 400~600mm 의 강수가 쏟아진다. 우리나라 일 년 강수량의 반에 해당하는 비가 이 시기에 쏟아진다. 이런 공식이 깨어진 것 3년 전부터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지난 2년 간 마른 장마가 이어졌다.

여름에 와야 할 비가 오지 않아 많은 이들이 걱정을 했다. 기상이변 자체가 겁이 나기도 했지만 당장의 농사문제도 큰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른장마가 이어지는 동안 한국의 기상은 미세먼지가 포화상태를 이루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아직 미세먼지가 무엇을 어떻게 더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람의 외부 환경이 변해서 인지 내부적인 환경도 불안하기만 하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도 없으면서 책임공방이 먼저인 불안한 한국사회를 깨끗하게 씻어줄 제대로 된 장마가 올해부터는 다시 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적어도 올해는 400mm 이상의 비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400mm 상당의 비가 한반도에 쏟아지면 하천에서는 넘쳐나는 물들이 물을 탁하게 했던 것들을 씻어 내린다. 물속에 고여 있는 녹조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유물까지 온각 지저분한 것들은 물에 쓸려 바다로 나아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거리와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깨끗해진다. 장마라는 커다란 물이 만들어 낸 풍경이다.

장마라는 자연이 만들어 낸 힘은 때로는 위험하기도 하고 사람을 다치게도 하지만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는 자정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사회에서도 장마와 같은 것들이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다. 사법부 최고위층들이 만들어 낸 비리는 서민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부패를 만들었으며 재벌의 비리 또한 그것에 못지않다.

또한 나라의 수장은 단 한 발자국의 남북화해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구시대적 외교인 남북대결에만 관심이 있고 상호 이득을 보는 것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또 이를 보좌하는 정치인들은 말 그대로 대통령만을 보좌할 뿐 국민을 보좌하길 대놓고 거부하고 있다. 이곳에도 거친 장마는 필요한 것 같다.

수년간 오지 않던 장마가 반가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의 정치사회적 환경이 장맛비에 씻겨 내려가 주었으면 하는 특별한 이유는 국민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협이 되는 부유물, 마치 소설 윤흥길의 ‘장마’에서처럼 죽은 아들은 국군이며 사돈의 아들은 빨치산이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시하고 한 발자국의 타협도 용납하지 않았던 관계가 장마라는 닫힌 공간과 구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화해가 되듯 어지럽기만 한 우리의 최근 정치사회가 화해를 위해 한 발자국 정도는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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