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성년 이전에 아버지와 어머니 즉 (부모)父母가 다 죽으면 남아 있는 사람을 가리켜 고아(孤兒)라고 한다. 거기에 기댈 친척까지 없으면 천애고아(天涯孤兒)라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기르던 아이가 죽었을 때 남아 있는 부모를 지칭하는 말은 따로 없다. 한국말은 세상의 가장 많은 단어들을 표현할 정도로 표현이 다양하고 세심하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을 없다.

왜일까? 그것은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며 결코 하늘도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은 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단어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런데 지난 2014년 4월16일 한국의 바다에서 부모를 남기고 300여명의 학생들이 단체로 참사를 당하는 일이 생겼다.

부모들에게 그날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날이었다.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학생은 스스로 죄인이 되고 함께 현장에 있지 못했던 사람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눈시울은 눈물로 범벅이 돼 잠깐 잠깐 감정을 스스로 조절해 가며 취재를 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나도록 대한민국 그 누구도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세월호에 무엇이 실려 있었는지 또 배가 전복되어 가는 과정동안 약간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생명을 구하지 않은 문제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특히 청와대에서는 사고 당일 대통령이 7시간 행방불명이었다. 대 재난이 발생했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해 마치 우리일이 아니라는 듯이 컨트롤타워 조차 없었다, 그 시각 구조방송을 진행하던 KBS는 구조작업을 방해하던 해경에 대한 비판기사를 송출하려다 청와대 전 홍보수석 이정현 의원의 전화를 받고 일부 방송 내용을 변경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도록 숨겨왔던 일이 밝혀졌다. 제주 강정기지 건설을 위해 운 반중이던 철근이 세월호에 실려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시한 의문점 221가지 중 딱 하나 철근이 실려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7월2일 특조위는 문을 닫게 됐다. 더 이상 활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 여당 때문이다.

아무것도 진상이 밝혀진 것이 없는데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멈추어지자 세월호 참사로 하늘이 무너져버린 유가족들이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항의는 때로 거칠기도 했으며 비분강개하기도 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이들이 주먹을 움켜쥐고 벌떡 일어나 말을 한다. “죽은 자식을 살려내라는 것이 억지인줄은 우리도 안다. 그러나 자식이 어떻게 무슨 이유로 죽어야만 했는지는 꼭 알아야 겠다”며 반드시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6년 7월 3일 서울의 거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유가족이 아닌 이상 슬픔은 묻혀갈 것이다. 세월이 약이란 말처럼 시간이 약이 되어 상처를 감싸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과 누가, 왜 아이들 구조를 못하게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서 금과옥조(金科玉條)의 교훈으로 남겨야 하다. 또 다시 이런 비극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월 이라는 약조차 들지 않는 사람들, 자식을 먼저 보내 스스로 죄인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 행동 하나라도 조심해야 한다. 이미 죽을 만큼 아프고 남은 생애 자체가 지옥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을 또 곪게 하는 반인륜적 행태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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