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논 1ha는 물 3000톤 보관, 거대 인공습지이자 생태의 보고

장마철이 됐는데도 일부 하천에는 물이 없다. 기상이변이 심해져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비가 많이 오지 않는 탓도 있지만 비가와도 비가 오는 잠시 뿐 사시사철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을 건천이라고 한다. 건천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가 도로의 포장과 직각형 하천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곤 한다.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가 늘어날수록 또 도시의 포장률이 높을수록 건천이 늘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가 내리면 땅은 물을 보관한다. 흙과 흙 사이에 공간에 물이 스며들고 흙과 나무는 이것을 장시간 품고 있으면서 서서히 하천으로 흘려보낸다. 혹시 밭이거나 논이라면 더 많은 물을 보관하고 있다가 물을 흘려보낸다. 통상 논 1ha는 물 3000톤을 보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국토의 19%가 논이라고 가정하면 논이 보관하고 있는 물의 양의 소양강 댐 380개가 가두고 있는 물의 양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논이 줄어든다고 하면 물의 절대 보존양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논을 줄이려고 할 때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는 우리나라의 논을 인위적으로 줄여왔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올해 1월부터 논농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농지를 빌려주지 않고 논농사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겠다는 사람들에게만 농지를 임대해 주었다. 이유는 쌀이 남아돌아 처치곤란하기 때문에 더 이상 벼농사를 권장하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근시안적인 생각 덕분에 확실히 전업 쌀농사는 줄어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보관해야 할 물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모양이다. 물 뿐만 아니라 논을 줄임으로써 우리는 다른 것도 잃어버렸다. 논은 인류가 만들어낸 오래된 인공습지다. 인공습지는 조류에게는 식량과 서식지를 제공하고 양서류의 한해살이 터가 되며 어류의 부화장으로도 사용된다. 이 모든 것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쌀이 남는다며 처분해 버린 것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조절되던 홍수조절 기능도 모두 상실했다. 국지성 호우가 내리면 땅과 흙들이 보관해야 할 물이 보관되지 못하고 아스팔트를 따라 빠른 속도로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갑작스럽게 많은 물들이 몰린 직각형 하천은 결국 물의 흐름을 제어 못하고 토해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최근 도심 마다 벌어지는 장마철 역류현상이다.

과거 농사가 경제의 주를 이루었던 시대에 지금과 같은 거대 홍수가 없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논의 기능이 얼마나 더 많이 있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쌀이 남는다고 농지를 무단으로 변경해 더 이상 쌀농사를 못 짓게 하는 근시안을 가진 정부의 선택은 국민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농지를 줄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인공습지를 지금이라도 더 만들어야 하는 것이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정부의 올바른 판단이자 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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