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민중은 나라의 주체이지 결코 개·돼지가 아니다


한국역사에 있어 국가가 사라질 만한 몇 번의 위기가 있었으며 실제로 국난을 극복 못하고 사라진 국가도 있다. 백제는 나당연합의 공격을 받아 위기를 넘기지 못했으며 고구려는 나당연합국이 공격을 해올 때 방어의 역량이 있었지만 내부분열로 국가가 사라졌다.

고려시대에는 대제국을 건설한 금나라와 원나라의 침입이 있었다. 금나라와는 7년 동안 전쟁을 벌여 승리를 일궈냈고 원나라에게는 복속에 준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 조선에 넘어와서는 일본과 청의 침입으로 왕이 도망을 가거나 적장 앞에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말에는 일본의 침입을 받아 36년간 식민지지배를 받았다.

한반도를 지배하는 한민족(韓族)의 역사에 있어 전쟁의 숫자는 적은 편이지만 한번 국난이 일어나면 규모가 컸다는 점이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 중에 더 흥미로운 것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국난 극복의 주인공은 관리가 아닌 민중이었다는 점이다.

비교적 자세한 역사가 전해지는 조선중기 임진왜란 하나만 보아도 임진왜란을 극복한 사람은 조선의 관리나 신료들이 아니고 민중들이었다. 조선의 도원수인 권율은 관병들이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패하자 의병을 모아 호남을 지켰다. 전쟁을 수행해야 할 군인들이 패배하고 도망을 가자 의병들이 들고 일어나 것이다. 또 승병들도 가세해 조선의 땅을 지켰다. 모두 민중 중심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다. 조선수군의 대명사처럼 일려진 이순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의병중심의 수군으로 조선의 바다를 지켰다.

반면 훗날 광해군이 되는 선조의 아들은 함경도에서 민중에게 퇴짜를 맞는다. 민중에게 지배층의 아들이 버림받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에 백성들을 홀대했기 때문에 어려운 때에 백성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에 앞서 왕이 먼저 강을 도강해 도망을 간 것에 대한 비난이기도 했다. 왕이 버린 땅을 민중들이 하나둘씩 뭉쳐 지켜낸 것이 지금 조선의 땅이다. 임진왜란은 조선의 왕과 지배층이 버린 한반도를 한반도에 살고 있는 민중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땅이다.

조선말에 들어와 왕과 관료들의 착취가 극에 달해 조선을 버리고 간도로 도망친 백성들이 많았다. 수탈과 탄압을 피해 도망친 그들이 간도에서 일구어 낸 우리 땅을 다시 일본에 의해 빼앗긴 것은 조선의 관료들이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부패해지고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백성들의 삶은 초목근피(草木根皮)로 연명해야 할 지경에 이르자 백성들은 혁명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것이 동학이었다.

동학군이 무서워 벌벌 떨던 조선 정부는 군대를 파견했으나 동학군에 대패했다. 그리고 동학군을 잡기위해 일본군을 조선 땅에 불러들여 학살을 자행했다. 그리고 조선은 망국의 길을 향해 직진했다. 조선의 관료들은 나라를 팔아먹고, 조선의 신하들은 백성을 팔아먹었다.

조선이 일본에 의해 식민지가 되기까지 백성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라를 팔아먹은 것은 조선의 지배층이었다. 백성들을 그저 노비로 만드는 것에만 혈안이 되었던 그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있는 사이 수많은 조선의 사람들이 나라를 구하겠다고 의병이 되었으며 또 누구인가는 나라를 일본으로부터 구하기 전까지는 돌배게를 배고 자겠다며 타국으로 유랑을 떠났다. 그리고 먼 타국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임시정부를 만들어 일본의 심장을 저격하기도 했다. 바로 안중근 의사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앞장선 이들 대부분은 조선의 관료가 아닌 백성들이었다. 바로 민중이었다. 조선의 민중들은 늘 탄압받고 착취에 신음했지만 국난의 위기에서는 관료들을 대신해 국가를 지켜 내왔다. 그들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나라를 지켜 내왔다. 그런 그들이 결코 개돼지일 리가 없다. 민중을 개돼지로 부르는 조선의 고위 관료들이야 말로 나라를 팔아먹고 백성을 팔아먹었던 장본인들이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개돼지만도 못한 자들의 허망한 발언이 심난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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