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대를 상기해보면 아마도 오호십육국(五胡十六國)시대일 것이다. 당시 중국의 백성들은 끊임없는 전란 통에 나라를 등지고 유리걸식(流離乞食)하기를 밥 먹듯이 했다. 그러나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고 전란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인물은 태어나기 마련, 당시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그 중 ‘공자’와 순자는 특히 유명하다. 그리고 순자의 제자 한비자는 전국시대 말엽에 태어나 서양의 마키아벨리를 능가하는 군주론을 펼쳐 요즘에도 한비자의 처세술은 가장 많이 팔리는 책 중의 하나가 됐다.

한 황실의 서자로 태어난 한비자는 말이 어눌해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의 출세는 못했지만 부국강병을 위해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의 저서가 얼마나 훌륭했으면 진나라의 시황은 한나라를 침공해 한비자를 만나고자 했으며 실제로 만났다.

진나라의 시황이 죽기 전에 만나보길 소원했던 한비자, 그 한비자의 명석함과 혜안은 오늘날 한국의 정치경제적 난맥상황에 대입해 사용해도 될 만큼의 넉넉함과 진실 그리고 부국강병을 위한 간절함이 배어있다. 친구의 모함에 죽기 전 한비자가 작성했다는 망국론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법(法)을 소홀이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나라 밖 외세(外勢)만을 의지하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선비들이 논쟁만 즐기며 상인들은 나라 밖에 재물을 쌓아두고 대신들은 개인적인 이권만을 취택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군주가 누각이나 연못을 좋아하여 대형 토목공사를 일으켜 국고를 탕진(蕩盡)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간연(間然)하는 자의 벼슬이 높고 낮은 것에 근거하여 의견(意見)을 듣고 여러 사람 말을 견주어 판단하지 않으며 듣기 좋은 말만하는 사람 의견만을 받아들여 참고(參考)를 삼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군주가 고집이 센 성격으로 간언은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여 제 멋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다른 나라와의 동맹(同盟)만 믿고 이웃 적을 가볍게 생각하여 행동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나라 안의 인재(人才)는 쓰지 않고 나라 밖에서 온 사람을 등용(登用)하여 오랫동안 낮은 벼슬을 참고 봉사한 사람 위에 세우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군주가 대범하여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해도 자신은 재능(才能)이 많다고 여기며 나라 안 상황에는 어두우면서 이웃적국을 경계하지 않아 반역세력(反逆勢力)이 강성하여 밖으로 적국(敵國)의 힘을 빌려 백성들은 착취하는데도 처벌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세력가의 천거(薦居) 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志士)는 내 쫓아 국가에 대한 공헌(公憲)은 무시되어 아는 사람만 등용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빛 더미에 있는데 권세자의 창고는 가득차고 백성들은 가난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득을 얻어 반역(反逆)도가 득세하여 권력을 잡으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한비자가 주장한 망국론이 지금의 대한민국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준엄하다 못해 덜덜 떨릴 정도다. 마치 이 시대를 살아본 사람처럼 한국의 정치 경제 상황을 직시한 듯한 한비자의 경고가 경고로만 그치게 된다면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한비자의 경고가 현재 진행 중이라면 한국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지금 당장 한국의 백성들에게 석고대죄를 청해야 할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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