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칼럼> 영화 오블리비언, 인류의 자기희생은 역사발전의 동력

모든 인류가 두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지구종말’이다. 현재에서는 알 수 없는 지구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력은 기발하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물의 습격, 또는 도망치는 시간보다 빨리 온다는 빙하, 인간 DNA의 형질 변경으로 인한 돌연변이 출몰 그것도 아니면 좀비가 가득한 끔찍한 세상……

그리고 지구가 망할 것이라는 가정을 기초로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 중에 외계인과 관계된 것도 있다. 그중에 하나가 영화 ‘오블리비언’이다. 그런데 오블리비언의 초반 이야기는 묘하게 꼬여 있다. 지구가 망한 이유를 핵전쟁에 두고 있으며 망한 지구에서 마지막 정찰을 벌이고 있는 정찰병 하퍼, 하퍼는 인류가 버리고 남겨둔 지구에서 정찰을 벌이고 있다.

인류는 지구위에 떠다니는 인공위성에 살고 있다고 믿으며 매일 매일 정찰 보고서를 작성하는 하퍼의 일과는 지루하다. 남아 있는 인류는 전쟁에 패해 지구에 남아 있던 저항군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뿐이다. 저항군과의 접촉도 일상은 아니지만 저항군은 그에게 끊임없이 알 수 없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저항군은 하퍼를 유인해 인류의 유산이 담긴 책 한권을 남겨준다.

그럼에도 하퍼의 일상은 지루하다. 가끔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자신만의 안식처에서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그에게 사건이 생긴다. 우주선 한 척이 지구로 추락하고 그곳에서 하퍼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러나 하퍼와 함께 지구 정찰의 임무가 프로그래밍된 드론이 우주선에 탑승했던 모든 사람을 죽여 버린다. 생존자는 딱 한명의 여성뿐이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여성에게서 전혀 기억나지 않던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하퍼는 지금까지 자신을 부려왔던 것들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고 패전해 지금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마지막 인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저항군이 외계인을 상대로 오랜 시간 싸워왔던 것과 하퍼 자신이 외계인에 세뇌된 복제인간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 영화의 정점에 잠깐 등장하는 하퍼가 간직했던 박수근 화백의 그림은 사람이 무엇을 그리워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면서 하퍼의 결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영화 오블리비언은 대작 영화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찍은 영화임에도 인류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답게 살기위한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인류가 모든 종들 중에 가장 상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자기희생’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돌연변이라는 것을 외계인은 모르고 있었다. 하퍼가 택한 자살폭탄의 의미는 그런 것을 담고 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스스로 전장에 나선 수많은 인류들처럼 하퍼도 그런 여정에 오른다.

자기희생을 통해 속죄하려는 인류의 몸부림은 지난 수천 년간 반복되어왔던 고리 타분한 소재이지만 영화 오블리비언은 이것을 미래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핵과 외계인, 체세포 복제와 세뇌, 학살 등이 이 영화의 중요 소재로 등장하고 반대의 이미지로 박수근 화백의 그림이 등장한다.

영화 ‘오블리비언’처럼 오늘날 서로가 서로를 향해 대량학살을 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면서 절대 양보할 수 없고 상대방의 행위만 비열하다고 홍보를 강요하는 세계적 상황은 남북한의 대치 상황과도 비슷하다. 배려와 양보 그리고 신뢰가 함께 살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요즘 한번쯤 가족들과 다가올 미래는에 대해 이야기 하며 영화를 감상해 보는 것도 한 여름을 보내기 좋은 피서 중의 하나이다. 오블리비언의 사전적 의미는 망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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