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법률 용어 중에 ‘친고죄’라는 것이 있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신고"가 있어야 범죄가 성립되는 죄를 의미한다. 즉 범죄의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처벌이 불가능 한 죄를 친고죄라고 한다.

과거 친고죄에 포함 됐던 성폭력, 성추행 범죄는 최근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은 일반 범죄로 분류됐다. 지난 2013년 6월 1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법률 제11729호)과 형법(법률 제11731호)등이 개정됨에 따라 성범죄 관련 친고죄 조항이 모두 삭제됐다.

그 이전에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명예와 2차 피해발생 우려 등을 이유로 피해자나 고소권자가 직접 고소해야 수사와 처벌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모든 성범죄에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사라져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그런데 2016년 7월 대한민국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아무런 설명 없이 선거법 위반 범죄를 자위적으로 해석하며 친고죄로 분류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일부 새누리당 관계자는 화성시 ‘갑’지구에 출마하려던 김성회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지역 변경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김성회 후보자가 출마하려했던 화성 ‘갑’지역은 친박계의 대부로 알려진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다. 서 의원의 지역구에 김 전 의원의 출마를 만류한 것은 또 다른 친박계 인사인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은 전화 통화를 하며 반 협박에 가까운 말을 했다. “형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지역구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을 하며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분의 뜻이라는 어감을 충분하게 전달했다.

이 문제와 관련, 선관위는 당연히 선거에 개입한 사람들에 대해 수사를 철저히 해야 하고 그 결과를 검찰에 넘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요구가 있으면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졸지에 선거법이 친고죄로 분류됐다.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을 친고죄로 분류하게 되면 앞으로의 선거는 혼란의 극을 달리게 되어 있다. 누군가 특정 지역에 출마할 때 선거와 관련된 특히 공천과 관련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출마자에게 전화를 걸어 애걸과 협박을 한다 해도 선관위가 처벌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그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대개 법이라는 것이 약자에게 관대하고 너그러워 하며 강자에게 엄격하게 적용 돼야 하는 이유는 약자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적 불리함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한국의 법만 유독 강자에게 관대하고 약자에게만 엄하다는 듣는 이유가 정권의 실세들에게 줄을 서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엄정한 중립기관이라면 선거법 위반 범죄에 대해 친고죄를 적용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성폭력 문제가 친고죄라는 한정에서 벗어나 범죄를 목격한 모두가 성범죄를 신고할 수 있도록 개정된 이유가 만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선거위반범죄를 누구인가 신고를 해야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선관위의 설명에 국민들의 야유는 광화문에 쌓은 산성을 뛰어넘어 정권의 심장부를 향해 질주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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