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서민 피 빨아서 경제 살리겠다는 정권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 갔을 때 정약용은 젊은 아낙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사연을 알아보니 시아버지는 삼년상도 벌써 지났고, 아이는 아직 배냇저고리도 못 벗은 어린아이인데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이까지 죄다 군적에 오르게 됐다. 아낙은 군적에 오른 사람들의 세금 때문에 억울하다고 관청에 갔다가 문 앞에서 하소연도 못 해보고 쫓겨나고 세금 걷어가는 아전은 농사지을 소까지 끌고 가버렸다. 그래서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남편이 방에 들어가 자기 양물을 자기 손으로 잘라내며 “내가 이것 때문에 이 난리를 겪는다.”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젊은 아낙이 구슬피 울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후기 들어 황구첨정, 백골징포, 족징, 인징 등 군역에 대한 세금이 늘어나면서 양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황구첨정이란 아직 군역으로 끌려가지 않을 어린 아이에게 군역을 물려 세금을 추징하는 것이고(황구黃口는 아직 성인 장정이 되지 않은 어린이) 백골징포는 이미 죽은 사람을 죽지 않은 것으로 조작해 군포를 물리는 것이며 족징과 인징이란 군역을 물지 않기 위해 도망간 사람의 군역이나 세금을 그 친척이나 이웃에게 물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각종 세금을 양민으로부터 쥐어 짜내던 조선은 군대다운 군대가 없었던 사실상 빈껍데기만 존재하는 나라가 됐다. 권력만이 존재하고 착취를 당하고 있는 양민만 존재하는 양극화 된 조선의 결말은 비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가경영에 필요한 돈을 서민과 중산층에게만 강요하고 한국이 생산하는 재화의 과반을 가져가는 상위 10% 부자들에게는 관대한 권력집단이 존재하는 한 한국의 앞날은 조선의 앞날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가 어둡다는 경고는 이미 수년전부터 시작됐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수출을 위해 정부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기업들에게 가져다주었지만 기업들은 재산을 불리기에만 급급했지 정부가 기대한 낙수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기업들은 비정규직 적극채용이라는 노동착취를 통해 양극화만 부추겼다. 지난 10년 동안 비정규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결과 한국의 내수시장은 절망적인 상황이 됐다. 젊은 장정이 자기 양물을 자르듯 10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돈을 쓰지 않은 것이다.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쓸 돈이 없는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파악하기 싫은 것인지 한국의 현 권력집단은 내수 진작을 하겠다고 휴일을 늘리는 등의 악수를 반복해서 두면서 “하면 된다”라는 70년대의 낡은 사고방식을 국민에게 명령하듯 강요만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한국이다.

담뱃세와 주세가 넘쳐나고 아닌 밤중에 주민세가 폭등하는 작금의 현실을 정부와 권력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모호한 환경 속에서도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수출주도형 경제라 할지라도 내수 없는 경제는 모래위의 성과 같다는 것이다. 내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금껏 펼쳐온 낙수정책이 효과가 없다면 내수위기의 주범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 소비를 늘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주머니가 든든해질 때 그리고 권력집단이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세금을 충당하려는 사고방식을 버릴 때 한국은 조선과 같은 비참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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