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적십자는 지난 1859년 이탈리아 내전 당시 스위스의 ‘앙리 뒤낭’이 전쟁 중에 생기는 부상병을 구호하면서 만들어진 기구이다.

처음에는 전쟁 때의 부상병 구호 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나, 그 후 포로나 민간인 구호에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또 제1차 세계 대전 후로는 전쟁 부상병 구호뿐만 아니라 재해로 인한 이재민 구호 · 청소년 적십자 운동 · 의료 봉사 사업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적십자가 들어온 것은 지난 1905년에 고종황제의 칙령(勅命)으로 적십자가 처음 설립됐다. 대한적십자사는 1919년 상해 임시정부 하에서 독립군과 재외 거주 동포를 위한 인도적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어 1950년 한국 전쟁 내내 피난민, 부상병, 극빈자 등을 위한 의료구호활동과 전쟁 포로 교환활동을 벌이며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적십자 조직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적군과 아군의 구별을 두지 않고 구호활동을 한다는 박애정신에 있다. 어려움에 처한 인류를 구하겠다는 박애정신은 오늘날 범 세계사적인 기조이며 21세기 지구촌을 이끌어가는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적십자의 박애정신이 정치적 논리에 밀려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대홍수에 의한 재난에 대해 아무런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구호활동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논리 때문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에게 지원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반도를 겨냥한 핵실험까지 강행하고 있는 북한에게 지원한다는 것은 북한 핵실험을 도와준다는 논리까지 들고 나오면서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지원 거절 논리는 합리적이거나 타당한 논리는 아니다. 한국은 한국을 36년간이나 강제 합병해 식민지지배를 하며 인류 최악의 부도덕한 범죄를 저질렀던 일본에 대해서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지원을 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의 사천성 대지진 사고 당시에도 지원을 했다. 심정적 적성국가인 일본과 중국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적 이념이나 정치 논리보다 박애정신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정치논리에 밀려 박애정신을 발휘 못하는 국가를 정상적 국가라고 생각할 나라들은 별로 없다. 정치와 인도적 지원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선진국들의 생각이다. 북한에 가장 가깝고 인접하고 있으며 언어의 소통이 가능한 나라가 단지 적성국가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지원을 안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지구촌의 일원임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적어도 한국 정부는 G20에 속해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을 해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올바로 지킬 때 세계 여러 나라들은 우리나라를 정상적인 책임 있는 국가로 인정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북핵에 대해 지적할 때 여러 나라들이 우리의 지적에 대해 손을 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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