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세월호 참사는 삼백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1세기 대한민국 최대의 참사 이었다. 배가 왜 침몰했는지 구체적인 정황과 사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 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세월호 참사가 인재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난후 정부는 인재에 의한 사망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말뿐이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관광버스가 전복하며 1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직 사고의 정확한 경위가 모두 맑혀지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인재에 의한 안타까운 사고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인재에 의한 사망사고는 대개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를 수십 수백 번 해도 지켜지지 않는 이상한 현실도 우리의 모습이다. 큰 사고를 통해 안전에 대한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로만 또는 글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에서는 안전에 대한 법규나 규범 같은 것을 아예 지키지 않거나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안전에 대한 철학적 인식은 남을 위한 배려와도 같은 것이지만 이런 배려를 주변에서 실제 찾아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음을 찾아내기는 너무 쉽다. 수원시청 별관 2층에서 밖으로 나가는 피난계단과 통로는 시청의 필요에 따라 개방과 잠금을 번갈아 하고 있지만 늘 잠겨 있다. 그리고 소방통로는 설계가 변경되었는지 지금은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그것이 과거에 통로 이었다는 비상구 표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 백화점으로 가보면 더욱 심하다. 수원역에 있는 모 백화점에 있는 주차장의 소화전 앞에는 주차구역이 잘 정리되어 있다. 외부 소화전의 경우 5m 이내에 물건을 적치하자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화전 앞에는 주차선이 그어져 있으며 차량이 주차를 하고 있다. 또 각 층의 비상구 중 직원들 출입구라고 쓰인 비상구는 언제인가부터 창고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들어가 보면 소화전 앞에는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각종 용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수원역 인근에 생긴 초대형 쇼핑몰은 안전과는 아예 담을 쌓은 경영철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화전이 있는 거의 모든 기둥에는 형형색색의 옷을 입혀 소화전이 설치되어 있는 기둥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소화전의 방향은 벽을 바라보고 있거나. 담 뒤에 있거나 혹은 쇼윈도에 막혀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일층 쇼핑몰의 안쪽에서 보면 매장이지만 밖에서 보면 비상구에 해당하는 공공부지가 개인사업자들에게 임대되어 운영되고 있다 . 사정이 그러다 보니 매장 안에서 비상구 표시를 따라가 걷다보면 늘 문이 닫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전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 수원 뿐만은 아니다. 다른 지방도 사정은 비슷비슷하다. 소화전 운영에 대한 법률 사안은 없고 권고사항만 존재하는 한국의 소방법을 악용해 형식적으로만 소화전을 설치하는 모습에서 안전에 대한 철학적 인식이나 그것이 곧 사회구성원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것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전 국민의 마음속에 응어리를 남길 만큼 큰 대형 참사를 목도하고도 여전히 안전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국의 오늘은 늘 출구 없는 지옥에 빠진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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