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도심화가 90% 이상 진행된 지난 2013년 여름의 수원의 어느 마을은 여름 내내 콘크리트와 싸웠다. 수원시가 차 없는 마을을 만들겠다며 수원 행궁동 일원의 도로를 모두 콘크리트로 덮으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을 없애고 도로위에 딱딱한 화강암 구조의 돌을 깔기 위해 모든 도로에 깊이 20cm 두께의 시멘트를 포장하는 과정에 발생한 일이다. 수원시에서 발표한 생태교통 행사 시작일이 9월1일 이었기 때문에 그 전에 공사를 끝내야만 했다. 때문에 행궁동 일원의 주요도로가 한꺼번에 뒤집어져 그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었다.

공사가 끝나자마자 시멘트 독이 빠지기도 전에 초청 받은 많은 어린이들이 화강암 계열의 돌로 만들어진 도로 위를 걸으며 차 없는 마을 구경에 나섰다. 그리고 아직 시각장애자를 위한 점자 블록도 설치되지 않은 도로 위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보 행사까지 펼쳐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행사는 한 달 내내 계속됐다. 개막 쇼에서 폐막 쇼에 이르기까지 수백억이 투자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정확히 얼마가 어떻게 투자되었는지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다못해 수원시의회 의원들도 정확한 예산 규모를 모른다고 할 정도 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행사가 끝나고 매년 9월 이면 생태교통 축제를 기억하기 위한 조촐한 행사가 다시 열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수원시가 ‘차 없는 마을 생태교통 축제’를 열었던 행궁동 일원은 시민들의 지옥이 됐다.

딱딱한 도로와 차도는 사람들이 걷기에는 너무도 불편했다. 노인들이 걷기에는 지나치게 딱딱하고 여름에는 달구어진 도로 때문에 너무 더워서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했다. 그리고 겨울이면 유난히 미끄러운 도로 위를 엉금엉금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생태교통 마을을 건설한다면서 사람조차 도망가게 만든 것이다.

또한 도로 전체에 시멘트 포장이 깔려 있어 지렁이 한 마리조차 도로위로 기어 나올 수 없다. 비가 오면 숨을 쉬기 위해 도로위로 기어 나오는 지렁이조차 통과 못하는 콘크리트를 기본으로 한 도로에는 새 마저도 없다. 먹이도 없고 너무 덥거나 혹은 춥기 때문이었다.

특히 차도와 인도를 구분 짓는 턱이 없어 거의 모든 차들이 인도를 점령해 버린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차도에서 차가 미끄러지게 되면 일차적으로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 인도의 턱이다. 구조는 안정상에 문제가 있는 구조 이었다. 수원시는 급하게 인도와 차도의 경계에 각종 대형화분을 설치해 놓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도를 더욱 좁게 만들어 행인들이 인도보다는 차도로 걸어 다니게 되는 원인이 됐다.

차도를 달리는 차량들의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과거보다 좁아진 차도의 폭 때문에 차가 교차하게 되면 어느 한 쪽의 차가 멈추거나 반드시 인도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콘크리트보다는 흙이 많고, 새와 벌레와 나무가 공존하며 그 속에서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것이라는 사람들이 생각은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셔졌다. 다만 그 자리에는 사람들이 살기 불편한 쇼윈도의 화려한 작품들이 숨을 쉬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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