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아시아의 문화강국, 한류로 세계를 평정했던 한국의 위상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열리면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 4일 일본의 산게이 신문과 요미우리 방송은 한국의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의 대통령이 아무런 뒷배경이 없는 아주머니에게 각종 국가문서를 넘겨주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절친인 최순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해 한국인이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와 방송을 특집으로 내보냈다. 또한 일본의 한 TV 방송은 일본의 유명 아이돌까지 등장시켜 한국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집중 조롱했다.

미국과 영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10월 29일 광화문 시위현장을 배경으로 한국의 정치상황을 자세히 전달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한국의 정치가 붕괴 직전에 있으며 한국의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다”라고 보도 했다. 이런 비슷한 유의 보도는 뉴욕타임즈 해외판과 AP통신 그리고 로이터 통신을 타고 전세계로 급파 됐다.

특히 CNN은 꼭두각시(Puppet)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한국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 정국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예상하기 어렵다. 이번 게이트로 인해 한국 경제가 급격하게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특집으로 내보내고 있다. 또 중국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외교적 파장을 염려하면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류로 우뚝 섰던 한국의 위상 추락이 돈으로는 결코 환산하기 어려운 국가적 재난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의 위상 추락과 함께 한국의 외교도 앞으로 험난한 검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광주 민주화의 봄 당시 한국 외교는 사면초가에 처해 있었다. 시민들의 시위를 유혈 진압한 것과 관련 한국 외교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당시 한국외교가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수년이 걸렸었다. 그런데 지금 발생하고 있는 외교적 재난과 망신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도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한국이 군부의 통치를 받는 저급한 국가라는 인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박근혜 게이트의 수준이 일반인들의 상상범주를 넘어섰으며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 한국 국정 전반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외신이 전하는 한국 소식이 더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세간의 분석이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박근혜 게이트가 빨리 수습되지 않고 시간을 끌 경우 외교적 망신과 한국에 대한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해 쉽게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한국 정치와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동시에 붕괴되면서 한류에 대한 열기가 꺾이게 될 경우 한국이 입을 천문학적인 손실은 향후 십여 년간 복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부끄러운 2016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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