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치욕스런 사상 첫 현직대통령 입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해오던 검찰이 20일 일요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검찰은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부분을 정확하게 적시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강제 모금과 국정자료 유출 혐의에 대한 '공범'으로 결론 내렸다.

믿기조차 어렵고 어처구니가 없는 검찰의 발표에 국민들은 가슴을 치고 때로는 긴 한숨을 내쉬며 공황상태에 빠졌다. 국민들은 지난 한 달 동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다수의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전부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바람은 바람으로만 끝이 나고 현실은 대통령의 입건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수립이후 첫 현직 대통령의 입건을 바라보고 있는 심정은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참담하기까지 하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오늘이다.

돌이켜보면 많은 전조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말리지 못한 것은 대통령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했기 때문이었다.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문제에서부터 10여 년간 정성을 기울여왔던 개성공단 완전폐쇄,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보름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정부, 앞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 이해할 수 없었던 정부의 구조 대응 등 상식 밖의 일들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알았어야 했다.

현 정부가 문제해결 능력이 없고 오로지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정부라는 것을 알았어야만 했다. 그리고 국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즉각적으로 문제재기를 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라고 한다.

지금 이라도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대한민국호를 여기서 멈추게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할 일이 많다. 집권 여부를 떠나 현직 박근혜 대통령이 중대 범죄인이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멈추어서버린 국정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우선 열어야 한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은 있었다. 구한말 부패하고 탐욕에 찬 관료들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조선을 팔아먹고 나라를 망국에 이르게 했지만 우리는 일본제국과 맞서 싸우며 일어섰다. 더 오래전 일본의 침략이 국토를 집어삼켰던 임진왜란 당시에는 백성들과 관료들이 계급장 없이 하나가 되어 국난을 극복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광화문에서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보았다. 100만 명이 모여서 시위를 하면서도 폭력이 없었으며 물리적 충돌도 없었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도 경찰의 안위를 걱정했고 경찰은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한 위대한 국민들이었다. 하다못해 100만 시위 현장에 쓰레기조차 없었다. 왈칵 눈물이 나는 시위의 현장에서 “부덕도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참 과분한 국민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참 부끄럽고 고개를 들 수가 없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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