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옛 성현도 나라의 곳간을 털어가는 아전을 조심하라 했다.



조선역사에서 가장 무능했던 임금 중에 한 명을 꼽으라면 선조를 꼽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선조의 생에 있어 유능했던 인재들은 넘쳐났다. 다만 인재를 올바로 등용하지 못해 선조는 조선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선조시대에 살았던 인재 중에 남명 ‘조식’이라는 유명한 학자가 있었다. 선조가 지배했던 당시의 조선은 중기로 접어들면서 제도적인 부패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이에 조식 선생은 선조에게 상소를 올린다. “임금이 몸을 닦는 것은 정치가 나오는 근본이고 어진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정치를 하는 근본입니다. 또 몸을 닦는 것은 인재를 등용하는 근본입니다. 온갖 훌륭한 말이 자기 몸을 닦고 인재를 등용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사람을 등용하는 일이 잘못되면 군자다운 사람이 초야에 있게 되고 소인이 나라를 마음대로 하게 됩니다.”고 했다.

이어 조식 선생은 “옛날부터 귄세 있는 신하가 나라를 마음대로 하거나 외척이 나라를 마음대로 하는일은 간혹 있었고 여인이나 내시가 나라를 마음대로 하는 일도 간혹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서리가 나라를 마음대로 하는 일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정치가 대부에게서 나와도 안되는데 하물며 아전에게서 나와서야 되겠습니까? 단단한 큰 제후의 나라에서 200년 동안 지속해 온 왕업을 많은 공경대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서 아전들에게 넘겨준단 말입니까? 이런일은 너무도 부끄러워 소의 귀에도 들리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군민에 관한 여러 가지 정치와 나라의 기무가 모두 아전들의 손에서 나옵니다. 세금으로 바치는 베나 곡식도 우수리를 더 얹지 않으면 통하지 않습니다. 대궐로는 재물이 모여들지 몰라도 팔도에서는 민심이 흩어질 대로 흩어져 열에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각 고을을 아전들 각자가 자기들끼리 할당하여 마치 자기 사유물인 양 문서로 작성하여 자손들에게 물려주기까지 합니다.”고 했다.

또한 조식 선생은 “각 지방에서 바치던 특산물을 일절 바치지 못하게 하여 지금까지 특산물을 바쳐왔던 사람들은 온 가족이 가산을 팔아 아전들에게 뇌물을 바치는데 100배정도로 많이 바치지 않으면 아전들이 받지를 않습니다. 한번은 그렇게 바칠 수 있지만 계속 그렇게 할 수 없어 도망가는 사람들이 속출합니다. 어쩌다가 여러 왕조를 거쳐 지속되어온 고을과 백성들이 바친 특산물을 날다람쥐 같은 아전들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는지요? 전하가 다스리는 한 나라의 재산이 도리어 아전들의 방납하는 물건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비록 옛날에 나라를 가로챈 왕망이나 동탁같은 간신들도 이런 짓을 한 적이 없고, 망한 나라도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고 상소를 했다.

과거 조식 선생이 올린 상소가 지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최순실과 그의 일당들이 나라의 재산을 거덜 내는 것에 대해 엄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가 망하지 않기 위해서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누구의 기강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대통령과 함께 사리사욕을 위해 백성의 재물을 훔쳐간 측근들의 기장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인종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