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아들이 물었다. “아빠 왜 통합진보당은 왜 해산됐어?”라고 말이다. 아들의 질문이 의외라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통합진보당은 왜 해산되었을까?”라고 내가 나에게 물어도 답은 없다. 그래서 찬찬히 통합진보당 관련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꼼꼼하게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를 복기해본 결과 현 박근혜 정부의 농간과 정치적 복수에 의해 해산이 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이런 판단을 하게 된 것은 통합진보당과 관련 된 사건들의 시간적 경위를 따져보면서 였다. 우선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죄였다.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는 이석기 전 의원이 이른바 R/O(혁명조직)을 결성해 약 1억 상당의 자본금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전복하려했다는 것을 말한다. 좀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죄는 지난 2015년 1월 22일 대한민국 대법원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통합진보당 해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이석기 사건 판결에서 'R/O조직이 실체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했다.

그런데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죄를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으로 삼았던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해산결정을 2014년 12월 19일에 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주요 혐의자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정당해산 결정을 하면서 증거를 우선하는 형사소추의 방식을 따지지 않고 합의 우선인 민사법을 따라 정당해산을 결정했다. 그것도 법원판결 약 한 달 전에 말이다.

이런 전례가 없는 판결이 일어났음에도 당시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당들은 박근혜 정부의 종북몰이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어느 정당도 나서지 못했다. 오히려 “나는 종북이 아니야”라며 발뺌하기 바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박근혜 정부가 통합진보당 해산에 깊숙이 관여 했다는 정황이 들어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의원직을 상실한 다섯 명의 의원들에 대한 보상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아들이 질문을 던진 다음날 다시 아들과 밥상머리를 마주하고 알려주었다. “정당해산은 정부가 관여할 수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이 선택한 정당해산 문제에 정부가 개입을 했다. 그것도 대통령의 개인적인 정치적 보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원칙적으로 정당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국민이며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경우 정부나 사법부의 판단 없이도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것이 정당이다. 또 국민이 원하는 경우 어떤 형태의 정당도 존립의 가치가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다”라고 말해주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씁쓸했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초헌법적 지위를 가지는 권력자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대통령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정당을 해산했다는 것에 대해 믿기 어려웠다. 결과와 증거가 있음에도 믿기 어려운 통합진보당 해산이 과연 21세기 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든다. 그래도 한국에 아직 희망이 있다며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직 한국에도 희망이 있음이 분명하며 잘못된 일은 언제인가는 바로 잡힐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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