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조선의 28명의 임금 중 대왕의 칭호를 받는 사람은 두 분이다. 한 명은 세종대왕이고 또 다른 한명은 정조임금이다.

정조가 성군 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역사서에 나와 있다. 정조는 규장각을 설치해 직접 관리자들을 양성하기도 했으며 세제개편을 통해 백성들의 부역을 감면하기도 했다. 그리고 효자로써도 정조는 아주 유명해 수원에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건설하고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극진하게 모셨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조가 대왕으로 칭송받아야 할 이유는 정조가 신분고하를 떠나 백성들을 위한 위민의 정치를 폈다는 것에 있다. 특히 정조는 당시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노비를 해방시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바로 도망친 노비들을 잡아들이던 기관인 추쇄도감을 파하고 노비추쇄의 근거가 되는 노비추쇄법(奴婢推刷法)을 폐지했다.

정조의 백성사랑은 노비추쇄법 폐지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원행 중 격쟁을 통해 백성의 소리를 듣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우리가 이때를 조선의 부흥기라고 한다. 정조가 조선의 부흥을 이끌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백성들에 대한 위민정신이었다. 또 정조 스스로가 올바른 관리를 키워내기 위해 설치한 규장각에서 좋은 정치집단들이 배출되었기 때문에 18세기 조선은 부흥의 길을 잠시 걸어볼 수 있었다. 백성을 위한 위민의 정치가 실시되면 나라가 부유해 지고 국가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진실은 모든 역사 속에 존재한다. 한국의 공식적인 대왕, 세종대왕도 위민정신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조선 초기에 나라가 융성할 수 있었다.

반대로 위민이 아닌 집권층의 이익을 우선하고 백성들을 핍박했을 때 나라가 위기에 봉착한 사례는 많다. 여러 사례 중 왕을 옹립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연산군에게 수많은 여자를 가져다 바치면서 연산군이 국정을 돌보지 못하도록 한 간신들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친박이라는 집단의 행태가 연산군 시절의 임사홍(任士洪)과 신수근(愼守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임사홍과 신수근은 작당해 연산군이 군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처 두고 사사로운 복수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왔으며 색에 빠져 국정을 도외시 하는 틈을 타 사사로운 영달을 이루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연산군은 놀기를 즐겨해 사냥터를 만들었고 일반 백성이 그 사냥터에 들어오면 조리돌림을 했다. 그것도 부족해 사사로이 궁궐을 증축해 백성들이 강제노역에 시달리도록 했다. 결국 참다못한 신하들이 왕을 바꿨다. 그것이 중종반정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보면 연산군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국정을 돌봐야 할 시간에 관저에서 나오지 않고 출근도 하지 않았다. 마치 연산군이 왕으로써 당연히 나서야 할 경연에 나오지 않고 폐지한 것과 같다. 또한 연산군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준 임사홍에게 권력을 내주었다. 작금의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새누리당 친박에게 해준 일과 같은 것이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친박세력들이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잘못된 권력에 충성을 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했던 과거의 역사에서 나라가 얼마나 망가지는지 충분히 배웠을만한 사람들이 말이다. 국가가 융성하고 발전하려면 정치인이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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