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이승수 기자] [기자수첩] 한국 농구의 현주소… 잃어버린 15년



작년 미국프로농구(NBA)의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토너먼트에서 무수히 많은 기록들이 나왔다. 정규리그에서는 지금도 전설로 통하는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세웠던 한시즌 최다승 기록(72승)을 판타지 스타 '스테판 커리'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이하 골스)가 20년만에 경신(73승)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킹'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이하 클블)가 매 경기 파이널 승부를 펼치며 올라왔던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몇년간 동부컨퍼런스에 비해 서부컨퍼런스 팀의 전력과 기록이 더 앞섰던 서고동저 현상을 나타낸 말)의 챔피언이자 시즌 역대 최다승에 빛나는 골스를 1승 3패의 벼랑끝(역대 파이널 1승 3패 엘리미네이션 상황에서 리버스 스윕 확률 0%)에서 기적같은 3연승으로 역대급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이 끝난 직후에도 벤 시몬스, 브랜든 잉그램 등 거물급 신인의 존재로 드래프트가 주목을 받았고, 이어 NBA 사무국의 중계권 협상에 따른 각 팀별 샐러리캡 인상으로 인해 대형 FA 선수들의 역대급 인플레이션 계약들과 이적시장이 시즌이 지난 후 뜨거운 감자였다. MVP 투표 만년 2위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의 에이스 '케빈 듀란트'가 작년준우승팀인 골스로 이적하며 게임에나 나올법한 라인업이 갖춰지기도 했다.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작년 한국프로농구(KBL)는 최근 연이은 승부조작으로 인해 15년만에 최소 관중이 들었고, 한국여자프로농구(WKBL)는 특별귀화를 추진했던 하나은행의 용병 첼시 리의 혈통 위조 사건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다.

한국 농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90년대만 해도 TV드라마와 인기만화 열풍을 타고 한국 농구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각 대학농구팀은 실력면이나 인기면이나 실업(현재의 프로)팀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실업팀과 아마추어팀 간의 토너먼트 승부인 농구대잔치는 그시대 스포츠의 정점이었다.

국제대회에서도 빛이 났다. 2002년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신체적 조건에서 열세였고 걸어다니는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던 NBA리거 '야오밍'이 버티고 있는 중국 대표팀에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12년만에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동안 농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식을대로 식은 상태였다.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프로리그 경기에서는 승부조작이 터져나왔고 대학농구 경기장은 관중보다 선수들의 가족들이 더 많은 것이 한국 농구의 현주소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스포츠라면 단연 한국프로야구(이하 KBO)를 꼽을 것이다. 국제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고 점점 해가 갈수록 야구시즌에 경기장을 찾는 관객이 늘어가고 있다. 야구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특유의 응원문화와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 찾는 사람들도 상당수이다.

KBO도 암흑기가 있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변했다. 국제경기에서의 좋은성적을 거둔 관심을 리그에 이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당시 롯데에서는 파격적으로 외국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선임해 한점을 지키는데 급급한 야구에서 공격적이고 시원한 야구를 선보였고 또 좋은 결과를 얻었다.

 

30만달러에 1년 계약으로 못박아둔 외국인 용병 영입규칙도 수준 높은 선수들을 데려와 경쟁시키기 위해 계약금 상한선을 폐지했다. 결과는 오는 2017년 시즌에는 최고의 리그라고 불리는 MLB(미국프로야구)에서도 수준급의 성적을 보였던 알렉시 오간도, 윌린 로사리오 등의 선수가 국내 프로 선수들과 함께 뛰게 되었으며 그동안 KBO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NC의 용병 에릭 테임즈는 수준급의 대우를 받으며 MLB로 복귀했다.

반면 KBL은 용병 트라이아웃 제도와 리그 규칙에 매년 제한과 규제를 더해 왔다. 신장제한, 쿼터제한, 팀제한 등등 농구를 좋아하는 마니아 층도 매년 바뀌는 규칙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국내 선수가 뛸 포지션을 보장하는 것과 농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특정 포지션에만 용병들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의도가 있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규제와 제한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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