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헌법 제22조 1항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진행 중이고 역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재에서 심리중인 가운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도 바쁜 시간에 블랙리스트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수사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는 어찌 보면 대통령 탄핵수사만큼이나 중요한 수사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22조 1항에 보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바로 헌법위반 또는 농단에 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자가 바로 우리나라의 헌법을 농단했다는 것이 되며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부정한 중차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블랙리스트 작성자 수사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블랙리스트는 존재한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조직은 건강은 조직은 아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직접적인 관계가 되는 사람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여론을 한쪽으로만 몰아가 편향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함이 당연한 것이다.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문화계 탄압은 독일의 나치정권을 만든 기본 작업이었으며 파시스트 국가를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한국은 지난 과거 군사정권에서 파시스트 정권들과 다름없는 여론 탄압이 존재했던 국가였다. 북한과 마주보고 대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분명하게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적표현물’ 제작 등의 이유를 들어 헌법을 위반해온 국가 이었다.

표현의 자유를 이적표현이라 해석하고 정치적 반대편에 서있던 사람들을 탄압하던 암흑의 시대는 사실상 대한민국이 밀레니엄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라져 가는 듯했다. 그러나 우려스럽게도 박근혜 정권에서 정치나 사상적 반대파들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로 재등장한 사건이 바로 블랙리스트 파문이다. 과거 군사정권으로의 회귀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현하며 엄단을 강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와 역사가 헌법적 가치에 맞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로 후퇴하는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끓어오르는 분노로 가득 차있다. 오히려 분노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럼에도 한국의 국민들은 지금의 사건을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를 직시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정치적 성숙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발전해 있다. 지난 20세기 말 글로벌 시대에 진입하면서 격변의 성장을 일구어냈던 한국의 위상은 일부 몰지각한 정치가들에 의해 농단되고 부러지고 또 후퇴했지만 국민 그 자체는 이미 세계화된 민주시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박근혜 정부의 파시스트적 행위와 다를 바 없는 블랙리스트를 용서하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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