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백치 아다다가 꿈꾼 세상 ‘돈보다 사랑이 귀했다’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다다는 열아홉이라는 늦은 나이에 시집을 갔다. 말을 못할 뿐이지 곱게 생긴 아다다에게 마음이 있었던 남편은 스물 하고도 여덟이나 되었지만 지참금이 없었기 때문에 장가를 가지 못하고 있다 아다다에게 장가를 들었다.

집에서 시집을 가지 못한다고 구박을 받던 아다다에게 시집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남편은 성실했고 시부모도 잘해주는 편이었다. 그런 남편이 돈을 모으기 시작하더니 아다다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시댁식구들도 아다다가 벙어리인 것이 못마땅해 구박을 하고 심지어 매질까지 했다.

아다다의 남편은 끝내 아다다를 버리고 가출하더니 자신이 번 돈으로 새 아내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래서 아다다는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으나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매질과 구박이었다. 이를 안쓰럽게 여긴 동네총각 수롱이는 아다다를 부인으로 삼는다. 수롱이는 벙어리이었던 아다다에게 큰 불남은 없었다. 말을 못한다는 것과 세상 물정에 어둡다는 것을 빼고는 참 좋은 신부였기 때문이었다. 또 수롱이는 부지런하기까지 한 아다다에게 정을 쏟았다.

그렇게 살림을 낸 수롱이와 아다다는 행복한 듯 보였지만 수롱이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돈을 모았다. 섬마을의 구진 일을 도맡아 하면서 한푼 두푼을 모은 수롱이는 어느 날 모은 돈을 세어보고 밭을 살 결심을 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아다다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남편인 수롱이가 돈을 차곡차곡 모을 때마다 자신의 전 남편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돈을 벌더니 결국 자신을 버린 전 남편이 생각 났던 아다다는 수롱이가 늦잠을 자는 틈을 타 그동안 수롱이가 고생을 하며 모아두었던 돈을 가지고 나와 바닷가에 버리고야 만다. 이를 발견한 수롱이가 허겁지겁 따라 나와 말려보지만 이미 돈은 물속으로 다 사라진 뒤였다. 화가 난 수롱이는 아다다를 물속으로 밀어버리고 한푼의 돈이라도 되찾으려고 물속을 뒤집고 다닌다. 그사이 물에 빠진 아다다는 숨을 거두고 말지만 수롱이는 아다다를 거들도 보지도 않았다.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한 ‘백치 아다다’는 계용묵(1904-1961 평북 선천) 선생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느껴온 자본주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쓴 소설로 유명하다. 돈이 있어야 장가를 갈 수 있으며, 며느리에게 손찌검을 하는 그런 시대에서도 돈은 중요했던 모양이었다. 조강지처를 버리면서 까지 돈에 관심을 가졌던 두 명의 남편들은 모두 백치 아다다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않았다. 사랑받지 못해서 또는 사랑을 잃어버릴까봐 돈을 버리는 아다다의 행동은 굼뜨고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지만 늘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고자 하는 행동이었다.

돈을 버리고 행복을 택했던 아다다의 행동은 “돈이 없으면 더 행복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아다다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작품 백치 아다다는 첨단 자본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많은 돈에 대한 욕심은 더 큰 불행을 자초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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