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이승수 기자] < 한반도의 나무를 찾아서 >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소나무 - 2 -


수백만년전 인류의 태동부터 함께 해 온 소나무는 그와 관련된 신화(神話)와 설화(說話)도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성주 신화'이다. 이는 우리 민족이 소나무를 신성시하게 된 이유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여기서 성주란 무속신앙에서 집을 수호하는 신의 이름을 칭한다. 지역별로 성조(成造),성조 대감이라고도 하지만 '성주'라는 공통된 명칭과 소나무는 꼭 함께 등장한다.

본래 성주는 천상의 천궁에 살던 신이었으나 죄를 지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이때 강남에서 오던 제비를 따라 경상북도 안동 땅 제비원에 이르러 정착하고 솔씨를 받아 산천에 뿌렸다. 소나무가 크자 자손번창과 부귀공명을 누리게 해 줄 '성주목'을 골라 집을 지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성주와 소나무의 고향은 경상도 안동 땅의 제비원이라고 무속신앙에서는 말한다.

그 이후로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를 이용하여 집을 많이 지었고 소나무는 흔히 집의 중심이 되는 대들보와 서까래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최초로 소나무를 심은 성주는 집을 지키는 '성주신'이 되어 숭배되었다고 한다. 성주신은 가정을 지키는 신들 중에서 집을 지키는 최고의 신으로 가정의 길흉화복을 주관한다고 한다. 우리가 집을 지을 때 상량식을 하고 이에 따른 의식을 하는 것은 성주신과 관계가 있다.

소나무는 고구려와 부여의 건국에 얽힌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고구려의 시조인 고주몽은 부여의 왕자로 태어나 예씨부인과의 사이에 유리라는 아들을 얻게 된다. 하지만 주몽은 곧 왕자들의 시기, 질투로 인해 목숨을 위협받게 되어 부여를 떠나게 되고 아들인 유리에게 증표인 부러진 칼을 "일곱모가 난 돌 위 소나무 기둥 아래에 감추었다"는 말을 남겼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으로 우리 선조들의 집을 구성하는 핵심인 대들보는 소나무로 만들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정이품송(正二品松)이라는 높은 벼슬을 한 소나무도 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있는 소나무로, 천연기념물 10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소나무가 정이품송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조선 7번째 임금인 세조가 피부병으로 고생하여 전국의 좋은 곳을 찾아다니시던 해, 법주사로 행차하는 길목에 소나무 가지가 처져 있어 임금이 타는 가마인 연이 걸리게 될 상황이 있었다. 그때 누군가 “연 걸린다!” 라고 외쳤더니 나무가 저절로 가지를 들어서 지나가게 했고 후에 세조가 이를 기특하게 여겨 나무에 정이품 벼슬을 내렸다고 해서 정이품송이라 불리게 됐다. 정이품은 요즘으로 보면 장관과도 같은 벼슬이다.

이렇듯 과거의 역사와 기록에서도 우리 선조들과 소나무는 매우 밀접하면서 서로 존중하며 상생했음을 알 수 있다. 항상 그자리에 곧게 서있는 소나무는 점점 삭막해져가는 우리 현대사회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힘을 주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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