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이승수 기자] < 한반도의 나무를 찾아서 >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은행나무 - 2 -


인류가 원시인일 때부터 주변에 존재했던 은행나무는 긴 수명과 종이 번식해 온 역사만큼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많이 존재한다.

천연기념물 제 30호로 지정된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수명이 약 1100년이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신라의 경순왕이 천년사직을 고려에 바치기로 결정했을 때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에 심은 것이라는 설도 있고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꽃은 것이 자라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랜세월 전란을 겪으면서도 불타지 않고 살아남은 나무라 하여 천왕목(天王木)이라고도 불리며 나라에 큰 우환이 있을 때 소리 내어 우는 영험함을 지녔다고 해 조선 세종 때에 정 3품 이상의 벼슬인 당상직첩(堂上職牒)을 하사 받았다고 한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높이가 무려 67m에 이르고 둘레가 11.3m나 되는 고목이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해마다 많은 은행을 연다.

천연기념물 제 59호로 지정된 서울 문묘 은행나무는 성균관대 명륜당 경내에서 자라고 있으며 수명이 500년 이상 된 수그루로 추정된다. 조선 중종 14년 대사성을 지낸 윤탁이 심었다고 전해지나 확실치는 않으며 특징으로는 코끼리 코처럼 기다란 유주가 특징이다. 유주란 은행나무가 줄기에 상처를 입었을 경우 자가 치유의 방법으로 나무 진액이 흘러나와 생성되는 것이지만 문묘 은행나무는 그 모양이 매우 특이해 그를 상징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본래는 암나무였는데 은행 냄새가 매우 심하고 주변이 지저분해져서 수나무가 되어달라는 제사를 지냈더니 수나무가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천연기념물 제 76호로 지정된 강원도 영월의 은행나무는 수명이 12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며 단종이 청령포로 귀양 갈 때 잎을 따서 운수를 점쳤던 나무라고 한다. 이 나무의 둘레는 약 14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은 나무라고도 하며 일제강점기 때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조선 최대의 은행나무로 평가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 외에도 전국 각지의 오래된 은행나무들마다 영험한 뱀과 관련된 전설, 나라의 위기를 알렸다는 전설, 풍년을 예측했다는 전설과 유명한 스님의 지팡이가 자라 되었다는 전설 등이 존재하니 우리 주변에 수백 년 된 은행나무 고목이 있다면 그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또한 나름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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