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이승수 기자] < 한반도의 나무를 찾아서 > 잎의 모양이 특이한 측백나무 - 2 -



우리나라에서 명칭은 다소 생소한 측백나무지만 측백나무과 안에는 우리의 귀에 익숙한 종류의 나무들이 많이 있다. 향나무, 편백나무 등이 있으며 중국에서는 구분하는 잣나무와 편백나무를 우리나라에서는 동일 시 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가까이 인간의 주변에 있었기에 그에 따른 이야기들이 많이 존재한다.

옛날 어느 노부부가 선조의 묘를 지키며 산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부는 낮에 멀리 떨어진 마을에 가서 동냥을 통해 해결하고 밤에는 조그만 오두막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상을 보냈다. 그 오두막 근처에는 버드나무 굵기의 측백나무 수십 그루가 있었는데 그 잎과 열매, 가지 등이 노부부의 땔감과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어느 겨울날 폭설이 내려 산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 노부부는 눈을 녹여 식수는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음식을 구하러 마을까지 갈 수는 없었다. 며칠을 굶다 산새들이 눈 속에서 측백나무의 열매를 쪼아 먹는 것을 본 노부부는 모아둔 열매를 손질해 끓여 먹고는 할 수 없이 잠을 청했다. 세상모른 채 잠을 자고 일어난 노부부는 눈이 휘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해가 나서 눈이 거의 다 녹은 것이다.

산 밑의 마을에 살던 노부부의 친척이 노부부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쌀과 먹을 것을 챙겨 오두막을 방문했다가 측백나무의 열매를 먹고 숙면을 취했다는 말을 듣고 이를 마을에 가지고 내려와 잠을 잘 못 자는 마을 주민들에게 먹게 해 효능을 보고 그 소문이 널리 퍼져 의사들이 시험해 본 결과 불면증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그 밖에 다양한 효과가 있어 한약으로 사용하게 됐으며 그 이름을 `柏子仁'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는 옛날 진나라 궁녀 중 한 명이 산으로 도망쳐 선인이 가르쳐 주는 대로 소나무와 측백나무잎만 먹고살았더니 추위와 더위를 모르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온몸에 털이 난 채로 200년 이상을 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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