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이승수 기자] < 한반도의 나무를 찾아서 >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비자나무


비자나무는 주목의 한 종류로 한국의 남부지방과 일본에서 분포해 서식하며 주목은 한국 전역에 서식한다. 울릉도에서 자란 주목은 '회솔나무'라고 부르고 설악산에서 자란 것은 '설악눈주목'이라고 칭한다. 지역별로 약간의 변종이 존재해 이 명칭을 달리 부르는 것이다. 회솔나무는 씨가 껍질 밖으로 돌출되는 특징이 있으며 설악눈주목은 원줄기가 눕듯이 자라 땅에 닿는 가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잎이 다른 주목과 교목에 비해 약간 짧다.

비자나무는 중국명 비자(榧子)에서 차용했다고 하는 말도 있고 잎이 한자 비(非)자를 닮아서 붙여졌다고 하는 설이 있다. 비자나무는 20~25m까지 성장하며 봄에 개화하여 이듬해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헛씨껍질 밖으로 씨가 돌출되는 주목의 일부 형태와는 달리 비자나무의 씨는 육질의 헛씨껍질에 완전히 싸인다. 껍질은 무르익게 되면 찢어지듯 갈라지며 쓴맛이 난다. 씨는 타원형 또는 도란형이고 적갈색을 띤다.

비자나무의 껍질은 회백색 혹은 회갈색이다. 나무의 수명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세로로 얇게 갈라져 떨어진다. 어린 가지는 녹색이며 3년지가 지나면서 적갈색을 띤다. 비자나무의 잎은 선형이며 깃꼴로 달린다. 보통의 주목과는 잎사귀가 달리는 모양이 다르다. 주목과 교목들은 약간 교차되어 나는 형태를 띠며 잎도 약간 무른 것들이 많다. 하지만 비자나무 잎의 끝은 뾰족하고 질이 단단해 찔리면 따가울 정도이다.

주로 약재로 쓰이거나 기름을 짜는데 쓰이는 열매를 얻기 위해 조상들이 길러왔지만 비자나무의 음이 非子와 같아 대가 끊길 것을 두려워하여 마당이나 집 근처에 심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비자나무의 줄기는 고급 목재로 탄력이 좋아 건축재, 가구재, 조각재 등으로 널리 쓰인다. 특히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인 비자반은 나무에 은은한 향이 있고 연한 황색을 띠는 색이 바둑의 흑백 돌과 잘 어우러진다. 또한 돌을 놓을 때의 은은한 소리 역시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바둑판이라 불리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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