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수십 년간 한국의 시위는 프랑스 시위 다음으로 유명한 국제 뉴스의 하나이었다. 박정희 군부 통치 16년에 이어 전두환 군부통치 7년 그리고 노태우 5년으로 이어진 군부 통치는 한국 민중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쳐 끝내 무너졌다.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김영삼 과도정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 기간 동안 발생했던 시위에는 늘 최루탄과 화염병이 동시에 등장했다. 군사정부는 과거 일제강점기에 조선을 팔아먹었던 이완용의 “그대로 있으라, 너희가 시위하는 동안에도 평범한 사람들은 생업에 열중하고 공부에 힘쓴다”는 말을 되풀이 하며 시위자들을 체포하기에 열을 올렸다. 이 시기에 군사정부에 대항하기 위한 한국인들의 노력은 대단했었다.

한국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결국 군부통치를 종식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군사정부에 의해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일부는 숨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한국인의 민주정부에 대한 열망은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우려와 걱정 속에 법치주의 국가로 성장해 왔다.

이후 한국의 시위가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지난 2016년 겨울에 있었던 촛불시위였다. 100만의 인파가 수도 서울의 한 복판에 모여 조용히 촛불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은 세계를 감동 시켰다. 거의 모든 외신들이 한국인의 시위 문화에 놀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촛불시위는 많은 것을 남겼다. 100만이라는 인파도 그러하지만 비폭력 평화시위라는 점과 다양한 주장들이 광장으로 쏟아짐에도 질서유지가 가능했다는 것, 시위가 곧 놀이이자 축제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를 따르는 사람들의 시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에서 그들의 시위를 나무라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러나 곧 그들의 시위는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시위에 태극기를 사용한 것과 성조기를 들고 시위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성조기를 들고 시위하는 모습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사실이 아님에도 스스로 미국의 종속국가임을 인정하고 미국의 행정명령을 받겠다는 종속적 행위가 포함된 시위에서 한국의 자존감은 철저하게 무너져 내렸다.

또한 그들의 시위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은 주장이 아니라 협박이었다. 오랜 피흘림 끝에 법치주의를 완성한 한국에서 시위를 하며 주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주장이 아니고 국민을 협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포와 전율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삼일저항정신에서 시작된 한국의 시위문화가 저질스럽게 변모하고 만 것이다. 누구인가는 책임을 져야할 궤변의 시위이자 천박한 시위가 바로 친박시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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