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이승수 기자] < 한반도의 나무를 찾아서 > 알 굵은 가을의 선물, 밤나무 - 1 -



가을 민속 명절 추석 때 시골 고향에 내려가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들과 동네 뒷산에 올라가 뛰어놀던 때의 추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그때 밤나무를 흔들고 장대로 가지를 쳐서 밤송이가 떨어지면 떨어진 밤송이를 양 발로 밟고 비벼 그 안의 견과를 챙긴 후 어머니께 달려가 찌거나 삶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아궁이를 사용하던 그 이전의 시절에는 사그라들어가는 땔감 사이에 넣고 군밤으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토록 밤나무는 그 열매로 혹은 꿀, 목재 등으로 우리의 삶에 예전부터 밀접한 영향을 미쳐왔다.

밤나무는 5~6월 황백색 꽃을 피워 구수한 꿀 향기를 풍긴다. 잎은 타원형, 피침형이며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 모양 형태를 띤다. 길이는 10~20cm 정도이고 앞면은 광택이 있으며 뒷면은 자잘한 털에 덮여 회백색을 띤다. 밤나무 열매는 9~10월에 익으며 가시로 빽빽한 각두에 완전히 쌓여있다가 익으면 갈라져 1~3개의 견과를 드러낸다.

밤나무의 역사는 예전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 마한 편(馬韓篇)에 "마한의 금수 초목은 중국과 비슷하지만 굵은 밤이 나고 크기가 배만 하다"라는 내용이 나오고 '삼국유사'에 나오는 원효의 탄생설화 속 ‘사라율(裟羅栗)’이라는 밤나무 품종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고려사'에도 예종과 인종 때 밤나무 재배를 독려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왕조에 들어와서는 각종 기록에서 더욱 밤나무 키우기를 장려해 한반도 전역에서 식량자원으로 중요히 여겼다. 그리고 제사 때 절대 빼놓지 않는 제물(祭物)로도 전해져 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밤송이 안의 밤알이 보통 3개씩 들어있는데 후손들이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3정승을 한집안에서 나란히 배출시키라는 뜻도 있다. 혹은 밤을 땅에 뿌렸을 때 싹이 나와 상당히 성장할 때까지 밤 껍데기가 어린나무 뿌리에 계속 붙어있는 모습에서 근본을 잊지 않는 나무라 하여 제상(祭床)에 올린다고 하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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