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의학정보] 당뇨…설마 내 신장까지…


“당뇨병성 신병증?”

당뇨병은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혈당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결국 환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달갑지 않은 합병증의 발생과 진행입니다. 당뇨병의 합병증은 주로 혈관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큰 혈관을 침범하는 경우 죽상경화(흔히 동맥경화로 불리는)로 인한 뇌경색, 심근경색 등이 발생하고, 작은 혈관을 침범하는 경우 눈, 신경, 콩팥의 작은 혈관을 침범하여 실명, 신경병증 및 신기능 부전을 유발합니다. 이 중 신장을 침범하는 당뇨병의 합병증을 당뇨병성 신병증이라 하며,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도 가장 부담스러운 질환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당뇨병성 신병증은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석을 시작하는 말기신부전의 절반 가량이 당뇨병성 신병증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신장에 발생하는 수많은 질환 중 하나인 당뇨병성 신병증이 신장병의 마지막 단계인 말기신부전 환자의 절반을 차지함을 의미하는 바 본 질환의 나쁜 예후를 잘 설명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뇨병성 신병증 환자는 심혈관계 합병증의 빈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실제로 투석 전 당뇨병성 신병증 환자의 경우 투석으로 진행할 확률보다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투석 진행 전에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이에 대한 예방과 치료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당뇨병성 신병증은 발병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합병증이 무섭다고 해서 두려워만 할 일은 아닙니다. 당뇨병 환자가 모두 당뇨병성 신병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당뇨병성 신병증이 생긴다 하여 모두 말기신부전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당뇨병성 신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1/3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환자들은 당뇨병이 시작되고 수년 이후에 소변에 미량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미세알부민뇨 단계(1일 소변으로 알부민이 30~300mg 나오는 것, 정상은 30mg 미만)를 거쳐 단백뇨 단계(1일 소변으로 알부민이 300mg 이상 나오는 것)가 발생하고 이후 신장 기능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자신이 언제부터 당뇨에 걸렸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일부 환자의 경우 당뇨병에 걸린 후 얼마 되지 않아 미세알부민뇨가 시작되어 곧 단백뇨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당뇨병이 진단되고 나면 진단 당시와 매 1년마다 혈액검사로 신기능을 평가(혈청 크레아티닌과 이를 공식에 대입하여 구하는 사구체여과율)하고 소변 알부민정량검사(일반 소변검사와 달리 소변에서 알부민이 몇 mg 나오는지 측정하는 검사)를 받아서 조기에 합병증을 진단하여야 합니다. 특히 이러한 검사는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도 자신이 언제 신장 관련검사를 했는지 기억하거나 메모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당뇨병성 신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혈당 조절을 적절하게 해야 합니다. 혈당 관리뿐만 아니라 흔히 동반되는 고혈압 및 고지혈증에 대한 관리도 혈당관리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더불어 환자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올바른 식습관, 운동, 체중관리, 금연, 금주 등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며 의사의 적절한 처방과 함께 환자가 이러한 노력을 하는 경우 상당 부분 당뇨병성 신병증의 발병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엄격한 식이조절이 필요합니다. 정답은 ''이걸 어떻게 먹어?'”

이미 당뇨병성 신병증이 발병한 환자의 경우 신부전의 경과 또는 정도에 따라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상황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위에 언급한 치료를 유지해야 하나 신기능이 감소하는 경우 상황에 맞는 약제 (신장기능이 감소됨에 따라 복용할 수 없는 약제도 함께 늘어간다) 와 더불어 조금 더 엄격한 식이조절이 필요합니다. 특히 올바른 식습관은 신병증 진행을 억제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이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저염식입니다. 저염식은 1일 염분 섭취를 5g 이하로 줄이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로 환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어느 정도로 먹어야 5g 이하인지 알기도 어렵고, 안다고 해도 맛이 없다는 이유와 외식이나 회식 등이 있어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5g 식이는 일반적인 사람이 먹었을 때 “와 이거 어떻게 먹어?” 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면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속하는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서 그 맛에 잘 적응하고 나름의 맛을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려운 경우 병원의 영양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성 신병증 환자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불필요하거나 신장기능에 따른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제, 건강보조식품, 민간요법 등을 복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잘 못된 정보나 지식으로 이런 것들을 복용하여 투석으로 빨리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 한가지는 여러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질환 관련 정보를 일반화 하여 적용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장환자에서 칼륨이 많은 야채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정보를 일반화하여 실제 혈중 칼륨이 정상인 초기 신부전 환자가 야채를 복용하지 않고 있는 경우도 많고, 신장에 잡곡이 좋지 않다고 하여 정상 신기능인 당뇨 환자가 백미만 복용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됩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정도에 따라서 또는 환경에 따라서 처방과 식이를 달리해야 함을 기억해야 하며, 이는 담당의사와의 진료를 통하여 조언 받고 이를 조절되어야 함을 꼭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당뇨병성 신병증은 경과가 좋지 못한 질환이지만 환자의 노력과 의사의 적절한 진료로 많은 경우 극복이 가능한 질환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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