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배가 가라 않고 있는 것을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조차 숨을 죽이고 배가 속수무책으로 가라않고 있는 것을 보면서 모든 국민이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꽉 쥔 주먹에서 나도 모르게 피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배가 다시 수면위로 얼굴을 보이기까지 1073일 걸렸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침몰로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2017년 3월 현재까지 실종상태로 되어있다. 그동안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혀내달라는 수많은 애원과 통곡들이 대한민국 전체를 휘감아 돌았지만 이를 밝혀낼 최종결재기관인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그리고 결재권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일주일 만에 세월호는 수면위로 얼굴을 들어냈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모두가 숨을 죽였다. 새벽 시간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또는 집에서 티브이를 통해 세월호 인양장면을 보면서 또 울 수밖에 없었다. 아스라한 밤기운에 실려 슬픔은 공감되고 아픔은 나눠지며 분노는 뭉쳐지는 시간 이었다.

그 순간, 정치는 없었다. 여야도 없었다. 모두가 아이들의 아빠이자 엄마였다. 자식을 앞세워 보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위로하고픈 사람들은 팽목항으로 달려가고 남겨진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내주었다.

세월호가 마저 모습을 드러내면 왜 배가 침몰할 수박에 없었는지 그 원인은 밝혀지겠지만 아이들을 수장시킨 책임자 처벌은 영원히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과대 적재가 되었던 배의 구조변경이 문제이던 희석되어진 책임자 처벌은 힘들겠지만 하늘은 알고 있다. 누가 왜 배를 침몰시켜 아이들을 수장시켰는지 말이다.

세월호가 민낯을 드러내고 만인 앞에 공개되어진 순간까지 무엇 하나 장담하기도 힘든 시간이 앞으로도 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을 것이지만 감히 희망을 가져보자고 말하고 싶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진실이 증명되듯 봄꽃이 피고 있다. 꽃에서 아이들의 얼굴을 찾고 향기 속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위안을 삼아 함께 희망의 길을 걸어보자고 말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마침내 하나가 되어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절망이라는 검은 파도를 넘어갔으면 한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우는 날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남쪽에서부터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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