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예산, 환경, 학생들의 의지와 반대방향에 서있는 사업

가끔 사람들 간의 대화를 들어보면 ‘무리수’라는 말을 듣게 된다. 무리수는 자연수나 유리수 또는 분수로 표현되지 않는 제곱근의 수를 의미한다. 일상에서 제곱근의 수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제곱근의 수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을 추진할 경우 이를 일컬어 ‘무리수’라고도 한다.

뜬금없는 무리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무리수 가까운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경기도의회와 긴 시간동안 협상을 벌이며 ‘경기 꿈의 대학’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여야를 떠나 갑론을박을 벌이며 이 문제에 대해 고심을 해왔다. 그리고 올해 초 경기 꿈의 대학에 대한 조례를 만들고 예산마련의 근거를 마련해주었다.

그럼에도 경기 꿈의 대학이 원활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재정 경기 교육감과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꿈의 대학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진로선택을 돕고 수시합격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 왜곡일 확률이 높으며 예산지출의 문제도 많은 허점이 있다.

꿈의 대학의 실체는 고등학생들의 야간자율학습을 대체하는 프로그램이다. 야간자율학습은 정규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밤에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대한민국에서 애용되어온 공부 방법 중의 하나이며 예산의 주체는 학교가 아닌 학부모이다. 학부모가 학생들의 학업에 필요한 예산과 식사비를 책임지는 구조다. 반면 꿈의 대학은 학생들이 예비 대학까지 이동해서 수업을 받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학생들의 교통비는 학생의 책임이지만 대학 교과개설에 따른 수강료는 경기도교육청이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수도권 77개 대학 86개 캠퍼스에서 개설되는 교과목에 대한 수강료를 경기도교육청 예산으로 책임지는 방식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경기도교육청은 무상급식에 이어 누리과정 부담금으로 인해 지난 수년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예산편성을 하고 있다. 교직원복지 예산은 일반 행정공무원에 비해 늘지 않았으며 경기도교육청의 또 다른 핵심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규 공무직들의 처우 또한 좋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수도권 77개 대학에 강좌를 개설해 경기도교육청이 대학에 예산을 보태주는 방식은 결국 도교육청의 예산이 남아돌고 있다는 빌미를 제공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

뿐만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장사가 된다고 하는 유흥가들 대부분은 대학가 주변에 밀집해 있다. 담배와 술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는 대학가에 19금 규제를 받고 있는 학생들을 자율에 맡겨 보낸다는 학생안전에 대한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신분 구분이 어려운 대학가 주변의 오후 11시 문제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답도 없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야간자율학습을 통해 성적을 올려보겠다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의 대학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며 일부 학생들은 또 다른 놀이문화의 확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밤중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서 대학 강의를 들어보라는 교육청의 뜻은 알겠으나 전반적으로 무리수에 가까운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이재정 교육감의 치적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공연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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