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칼럼] 부디 성군이 되어주시길

정권이 교체 된지 10일이 지났다. 문재인이라는 19대 대통령 당선자는 재수 끝에 압승으로 대권을 쟁취했다. 박근혜와 겨뤄 첫 도전을 했던 대권도 박빙의 승부를 펼쳤었고 4년 이상을 지나면서 그간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결국 대세론을 입증시켰다. 2위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557만 표 차이로 역대 최대표차도 달성했다.

보수만이 아니라 진보도 국민의당이란 이름으로 갈려나간 상태에서도 달성된 최대표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의 득표율을 합치면 과반이 훨씬 넘는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전 보수정권이 얼마나 국민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당했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축제의 분위기가 더불어민주당과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안보와 좌우논쟁에 함몰되던 소위 보수정권에 실망하고 분노한 젊은 세대들의 결집과 국정농단에 실망한 일부보수들의 분열과 이탈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여 진다. 결국 長江(양자강)의 앞 물결이 아무리 도도해도 뒷 물결을 이길 수 없다는 중국의 속담이 떠오른다. 세상의 이치와 진리가 어느 곳이든 작용하는 것 같다. 정치도 결국 세상사의 일부인 것이다. 아무튼 문재인시대가 도래했다. 승리와 축제는 잘 어울리는 단어다. 행위의 귀결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제부터 문재인 정부는 치러야 할 난제가 산 넘어 산이다.

헌정 사상초유의 대통령보궐선거인데도 청와대 인선작업이 착착 무리 없이 진행되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 만큼 준비가 되었었다는 이야기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할 비서진과 실무 진들은 청문회 등 국회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준비됐던 인선들이 바로바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민정수석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 등 박근혜전 정부의 대통령보좌진들의 폐해를 직접 겪었고 그로인해 나라가 절단 난 사안을 온몸으로 받았던 문재인 정권으로선 쉽게 결정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탕평인사로 공정성을 최대한 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내각구성은 그리 만만치 않은 느낌이다.
이낙연 총리 인준부터 내각구성까지 적어도 국회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 사안들이 수두룩하다. 미국대선에서 트럼프가 출범한지 내각구성에 만 몇 개월이 걸렸고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이미 쉐도우캐비넛이 준비되어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래도 형식적인 시간과 절차가 만만치 않다.

대세론에 따른 당연한 준비였겠지만 현실은 항상 또 새로운 장벽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일차적 난제가 인선이지만 곧바로 처리해야 할 전정권이 남겨 논 난제들이 산적해있다.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고 야당과 국회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 갈 수 없는 것들이다.

대선 전 각 후보들이 외쳤던 협치와 연정을 통한 공동정부니 합동정부니 하는 말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야당과의 협치가 절실하고 중요하다. 단적으로 말하면 야당과의 협치가 없으면 오히려 역대 최악의 정부가 될 수도 있다.

정치공학 적이든 진정성을 담은 순수의 정치협력이든 합치와 협치가 필수적인 현실이다.
화학적 결합이든 물리적 결합이든 서로 공통분모를 통한 살을 섞지 않고서는 한발 짝도 나아갈 수 없는 현실이다.

연정과 협치를 통한 현실정치로 그간 대통령중심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정계개편을 불러 오겠지만 정략과 당략에 따른 정치공학의 계산이 난무 할 때 오히려 문재인 정부와 대한민국은 새로운 지옥을 맛 볼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승리에 도취되어 철저한 준비와 희생이 없이 현실을 간과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오점을 남길 게 불을 보 듯 뻔하다.

시작이 좋은 느낌이다. 지난 10년 정권에서 지치고 실의에 빠진 백성들을 잘 다독였으면 한다. 부디 성군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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