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발 금융위기 등 국내외 악재로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20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25원 급등한 150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환율은 9일만에 124원이 급등했고, 지난해 11월25일 이후 약 석달만에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동유럽발 2차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국내은행의 단기외채 부담, 경상수지 적자, 북한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 대내외 악재들이 겹치면서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증권 이은미 이코노미스트는 “동유럽국가들의 디폴트 우려 등 글로벌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지난 12월 중 정책당국 개입으로 인한 낙폭 과다에 대한 조정, 국내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행사, 북한 미사일 테스트 준비 등 마찰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큰 폭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인의 증시이탈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환율이 상승세를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증시에서 외국인은 매도세를 나타내며 20일 현재까지 9일연속 매도 1조5208억원을 내다팔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단기적으로 1600선 돌파도 배제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는 외환보유고 감소, 외채 급증, 외국 투자자금 철수 등으로 외화부족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경상적자 및 재정적자 등 경제 펀더멘털 여건도 취약해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당분간 달러화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유럽발 금융불안과 타이트한 국내 외화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환율 방향성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은미 이코노미스트도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불안 지속, 국내금융기관의 해외자금조달 여건 개선 지연 등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도 “전반적인 대내외 상황을 고려했을 때 환율이 쉽게 하향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500원 위로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실제 정책 효과가 경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도 결국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러 제반 상황들을 감안할 때 정책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의 시장 개입이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의 강도로 이뤄질지, 이에 따른 효과는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1500원 부근에서의 수출업체 네고와 윤증현 장관과 이성태 총재의 개입 가능성 시사 등으로 개입 경계가 높아지면서 오름세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시장이 심리적 패닉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위해 외환당국이 1500원대에서 개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나친 쏠림으로 환율이 급등할 경우에 이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환율이 과거의 상황과 달라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LIG투자증권 유신익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금융시장은 2~3월 은행 외화채무 부담 및 외화보유액 적정규모 논란 등의 잠재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이라면서도 “2008년 9~12월 40% 정도에 불과했던 국내 은행권 해외차입 만기연장률이 2009년 1~2월 들어 80~105%까지 상향된 점은 국내 외환시장 불안이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준다”고 설명했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환율 상승폭 재확대에도 불구하고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의 달러 매도와 은행권 참가자들의 롱처분 물량/네고 물량 유입 가능성을 감안할 때 환율 상승압력은 제한적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원도 “오는 3월과 4월 외국인투자자의 해외송금수요까지 가세해 상승세를 나타내더라도 지난해 11월과 같이 1500원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12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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