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이수영 기자] [칼럼] 양주병이야기


평택에서 선물로 많이 애용되는것이 양주다.

농수산물 선물도 많지만 농수산물이 아닌 선물을 치면 아마 양주가 으뜸을 차지할 것이다.

이러다보니 명절같은 특별한 날이 아닌 선거판에서조차 양주병이 왔다갔다 하는 모양이다.

최근 전국 농협조합장 선거에서도 양주병 선물 공세설이 한동안 나돌았다. 그 옛날 선거에서 막걸리가 판을 쳤던 그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엔 이러했다. 그 무렵엔 막걸리 대접쯤은 으레 있는 일로 용인됐었다.

선거판 선물을 말하니까 꺼먼 고무신이 생각난다. 1950년대에는 고무신 선물이 유행했었다.

국회의원 선거날 아침에 던져 놓은 고무신이 마당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흔이 있었던 일이다. 전날밤에도 담장 너머로 던져 놓곤 했었다.기발한 마타도어(일명 흑색선전) 작전이 있었던 것도 이 때다.

고무신을 일부러 신지 못할 짝짝이를 만들어 유력한 경쟁 후보자 이름으로 던져 놔 유권자들로부터 욕먹게 만드는 것이 마타도어 고무신 작전이었다.

투표날 아침에 이렇게 당한 후보자는 해명할 여지도없이 욕을 얻어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선거판 선물이 고무신이나 막걸리에서 양주병으로 바뀐 것은 생활수준의 향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선거 선물은 법에 저촉된다.

그런데도 양주병 선물이 사라지지 않는데는 나름대로 연유가 있다. 평택 양주병이 특선 선물로 꼽힌 것은 평택에 있는 미군부대에서 유래된다. 지금은 수입 양주가 있지만 수입이 금지됐을 시절엔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양주하면 평택을 더더욱 떠올리곤 했다, 평택 양주라고 하면 더 의심하지 않고 오리지널(진품)로 여겼던 것이 이제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수입 양주에 가짜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택 양주에도 더러 짜가가 있어 옛 명성(?)에 먹칠을 하곤 한다.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양주는 시중의 수입양주에 비해 병모양과 량이 다르다. 또 아무래도 수입양주보다 가짜가 아닌 오리지널 양주인 것으로 인식되어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

이 틈을 악용한 악덕업자들이 서울서 만들어 들여오는 것이 속칭 짜가 미군부대 양주다. 선거판 양주 선물은 물론 수입양주가 아닌 미군부대 짜가 양주인상 싶다. 100%보장 되는 것도 아니고 포장이나 모양만 그럴듯해 보일 뿐 속은 짜가 양주인 경우가 없지않다.

결국 입으로는 공명선거를 말하면서도 가짜 미군부대 양주 선물로 표를 사고 파는 가짜 공명선거가 자행되는 셈이다. 평택의 명물이 평택의 흉물로 둔갑되고 있는 세태의 단면이다.

국산양주도 좋고 수입양주도 좋고 미군부대 양주도 다 좋다. 술의 청탁을 가리지 않는 애주가들이 양주를 마신다 하여 흠이 될것도 없다. 또 선물로 삼는다고 해서 탓할 이유 또한 없다.

양주산업 역시 엄연한 경제구조의 부분이다. 문제는 무슨 선거든 선거만 있으면 선물 아닌 뇌물 선심공세로 이용되는데 있다. 짜가 미군부대 양주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는 것은 지역사회의 수치다.

관광특구를 둔 고장에서 가짜양주가 나 돈다는건 불명예다. 관광진흥 측면에서도 가짜는 공공의 적으로 보아 추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선거판의 양주병 선물도 추방해야 된다. 선거판 막걸리를 우습게 보면 선거판 양주병도 우습게 보아야 한다. 막걸리나 양주나 공명선거를 좀 먹기는 다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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