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남 인천총괄본부장]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주차장 앞에서 30대 행인이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 유모씨는 96세의 고령 운전자였다. 유씨처럼 나이가 들면 운전능력은 떨어지고, 판단력도 저하된다.

우리나라 전체인구 5천163만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4.3%다.

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44.3%다.

문제는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사망자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데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령운전자가 낸 사망사고 비율은 지난 2016년 17.7%에서 지난 2017년에는 20.3%였다.

지난해에는 22.3%인 843명이 사망했다. 고령사회에 맞는 '맞춤형 면허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75세 이상 운전자 4천653명을 대상으로 정기 적성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중 35.5%인 1천607명이 재검사 판정을 받았다.

비록 이중 1천585명은 재검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재검사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도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갱신 적성검사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또 적성검사 때 교통안전교육도 반드시 받도록 했다.

인지기능검사를 기억력과 변별력, 주의력 등 운전이 가능한지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적성검사 자체만으로 고령운전자의 사고를 줄일 수만은 없다.

96세 유모씨도 지난해 시력·청력 등 적성검사를 통과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고령자 운전 면허증 반납 제도'다.

서울특별시가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제도'를 시행했다.

시행 첫날인 지난 15일에만 613명이 반납했다. 총 예상 정원 1천명의 61%다.

그리고 반납한 운전자에게는 10만원의 교통카드 인센티브가 주어졌다.

양천구(65세 이상 시행)도 이 제도를 실시한 결과 396명이 반납했다.

올해 예상 정원 240명을 훌쩍 뛰어 넘다보니 추경까지 편성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이 제도의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곳곳에서 나타내고 있다.

전국에서 이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부산광역시가 그 실례다.

지난해 7월 첫 실시한 부산시는 5개월만에 5천280명이 자진 반납을 신청했다.

지난 2017년 한 해 반납자 420명의 13배에 이른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사망 또한 지난 2017년 35명에서 지난해에는 18명으로 절반 줄었다.

효과가 뚜렷하다보니 각 지자체도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제도'를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경기도도 올 하반기부터 해당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울산광역시 및 경상남도의 각 지자체도 해당 제도의 시행을 준비 중이다.

가히 전국적인 인기몰이다. 고령운전자들로부터 호응 받고, 사고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제 문제는 고령운전자들에게 교통편의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관심을 가질 때다.

면허증을 자진 반납했으니 부가적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도 좋다.

그리고 고령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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