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대경 논설위원·메타아카데미센터장·이학박사.

[송대경 논설위원]


‘오십에 읽는 논어’(최종엽 지음, 유노북스)를 육십이 넘어 읽었다. 저자는 나만 잘하면 되고, 나만 성실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살고자 노력했었단다. 오십에 이르렀을 때 주변을 둘러보니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사람들은 모두 남이 되었고 자신은 오십의 바다에 홀로 남은 섬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작가는 오십을 인생의 전반을 마치고 후반으로 들어가는 하프타임으로 표현하였다. 필자는 오십 초반에 직업 전환을 고민하면서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당시에는 알아주던 작명가를 우연히 알게 된 김에 아호(雅號)를 부탁했었다. 필자의 사정을 모르던 작명가는 효강(曉岡)이라고 지어주면서 하는 일을 서서히 마무리 지어가야 할 나이에 왜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산등성이를 일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아호(雅號)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도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필자가 살아온 오십대에는 직업을 바꾸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직업 전환이 필자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지금 하는 일로 직업을 전환했으니 필자는 자연스레 오십대에 삶의 하프타임을 지나온 것 같다.

공자께서는 사십에 의혹이 없었고 오십에 천명(天命)을 깨달았다. 오십이 훌쩍 넘어서 왕이 불러 정치에 나섰지만 농간에 빠져 육십이 넘도록 이룬 것 없이 다른 나라를 떠돌아 다녀야 했다. 이후 학문의 정진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했다. 공자가 보낸 오십대도 이러했으니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네 오십대는 흔들리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한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고 선택한다면 그것이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오십 지천명(知天命)이고,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타인에게 충고하는 일이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를 아는 일이며, 올바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타인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공자께서도 ‘군자는 잘못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으려 노력하지만, 소인은 잘못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으려 한다.’고 하셨다. 어떤 일의 잘못에 대해 타인을 책망할수록 발전은 멀어져가고, 누구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다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시는 리더는 ‘뜻을 모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으로 리더의 역할 중에 가장 큰 것은 사람들과의 갈등 해결이다. 갈등이 해결되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아니라고 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보통 사람은 자신은 좀처럼 타인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타인으로 부터는 별것 아닌 걸 가지고도 칭찬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공자께서 말씀하시는 리더는 타인이 알아주든 말든 자신과 조직의 목표를 위해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거나 서운해 하지 않는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다양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셀프 리더십은 나 혼자만 잘하면 된다. 조직 리더십은 사람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혼자서 일하는 방법과 둘이서 일하는 방법은 다르다. 사람은 둘이 모이면 그 중에 한명은 리더가 되기 때문이다.

공자께서는 如之何(여지하), 늘 어찌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하는 것을 강조하셨다. 좋은 직장과 나쁜 직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일하느냐가 더 중요한데 스스로 궁리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직장을 다녀도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 공자께서는 또한 원칙과 기준을 강조하셨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 예를 알지 못하면 일어설 수 없다.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라고 하셨다. 명을 알지 못하면(不知命) 군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삶의 목적을 분명히 정하거나 가야할 목표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리더는 고사하고 자기 한 몸 건사하기 어렵다는 말이고, 예를 알지 못하면(不知禮) 일어설 수 없다는 말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생활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충돌과 갈등을 막을 기준이 필요하며, 약속된 예를 지키지 못하면 건강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고 리더가 되기에는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말을 알지 못하면(不知言) 사람을 알 수 없다는 말은 사람의 품격은 말에서 시작되는데 말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국민의 경제에 대한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각종 사건에 연루되거나 가처분 소송으로 신문에 오르내리는 리더라는 사람들은 무엇을 했었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그들이 진정 지금 우리의 리더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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