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독일서 열린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진상조사 촉구 시위 [사진=AP]
▲20일(현지시간) 독일서 열린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진상조사 촉구 시위 [사진=AP]

 

[경기= 신선영 기자]

이란에서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사건으로 10일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캐나다‧독일 등 국제사회가 이란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방에 사는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세)는 지난 13일 가족과 수도 테헤란에 갔다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풍속경찰)에 연행된 뒤 의식 불명에 빠졌고, 구금 사흘 만에 사망했다.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반(反) 정부 시위’로 격화하며 이란 전역으로 번졌고, 이란 당국이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최소 41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유럽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IHR)는 이 시위로 사망 76명, 1400명 이상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에 세계 각국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이란 제재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가 이란 정부 압박에 나섰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고, 재무부는 이란 경찰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아미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풍속 경찰’(morality police)과 그 지도부 등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으며, 독일도 이날 베를린 주재 이란 대사를 소환해 이란 정부의 시위 탄압 중단과 평화 시위 보장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SNS를 통해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의 지도자들이 폭도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극적인 사건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서방의 비판에 반발했다. 

김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는 C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란의 시위는) 이슬람 자체 또는 이슬람 율법에 있는 히잡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히잡을 쓸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라면서도 이번 시위를 단순히 히잡에 대한 시위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2015년 이란과 ‘핵합의’ 협정을 맺은 서방 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면서 가졌던 기대감이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핵합의 파기로 다시 경제 제재와 경제난이 가중된 데 대한 불만이 사회운동으로 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재가 이란과의 단절과 고립으로 가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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