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칼럼니스트,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인간은 다양한 환경에서 더불어 살아간다. 그 속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좀더 빠르고, 간편하고, 편리하고 효율적인 수단을 간구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게 된다. 그것에는 인간의 욕구충족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성과 조형성을 지닌 것으로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면서 오늘 같은 찬란한 문명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새로운 도구가 개발되고 생산되는 과정에서 그 프로세스가 철저하게 계획되고 체계화 될 때 혁신적 변화가 가능해지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의 중심에 디자인 경영이 존재한다.

가끔 골목을 걷다보면 허름한 대박집 앞에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반면에 그 옆 쪽박집 주인은 텅빈 가게를 파리채를 휘저으며 질투의 눈빛만 보내고 있는 쓸쓸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두 가게는 분명히 같은 골목에서 같은 상품을 팔고 있다. 그런데 고객의 눈에는 두 가게의 차이점을 분명히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대박집 앞에 줄을 선 것이다. 이런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 경영의 핵심 역할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은 크게 소비자 요소와 기술적 요소, 환경적 요소로 나누어 그 디자인적 가치를 분석할 수 있다. 소비자 요소는 그 도구가 고객이 쓰기에 편리한지, 고객의 신체 크기에 맞는지, 안락함을 주는지, 피로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소비자의 욕구와 가치관, 생활방식, 만족지수 등의 개인차로 인해 드러나는 소비자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을 말한다. 기술적 요소는 제품의 기능적 특성을 이루는 기계적 구조와 적용된 재료와 기술 등에 따라 제품이 할 수 있는 기능적 역할의 차이를 말한다. 환경적 요소는 제품이 거래되는 시장의 지역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전통적 특성과 생활공간의 고유한 환경요인이 제품의 마케팅 효과에 미치는 영향력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적절히 융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제품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요소들을 최적의 상태로 융합하기 위해 일정한 디자인 프로세스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불만과 욕구를 극복하고 그것들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제품으로 생산하기까지는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매뉴얼화하여 활용할 필요가 생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더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삶의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므로 생활수단으로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도구를 끊임없이 찾는 노력은 우리 삶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노력이 계획되고 체계화될 때 그곳에 진정한 디자인의 기치가 살아나게 된다.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디자인이란 핵심 기능이나 본질이 대중의 눈앞에 나타나서 확실한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해 주어야 하며, 어떤 제품이든지 소비자의 요구에 명확히 부응해야 한다. 이러한 기능과 가치를 지닌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전략적 접근과 디자인씽킹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1%의 가능성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게 된다. 그것은 디자이너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디자인 결과물은 예술적이어야 하고 기능적이어야 하며, 시대적 감각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은 극히 상식적인 조형성과 제대로 작동하는 기능성에서 탁월하며, 소비자들이 상품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해야 하며, 가격에 상응하는 품질과 기능적 가치를 지녀서 가성비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또 적당한 수명을 지녀서 사용하면 할수록 더 멋진 물건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다. 마치 낡은 청바지와 헤진 성경책처럼, 손때묻은 가죽제품처럼, 또 오래 신어서 발에 딱 맡는 구두처럼 세월의 흔적이 더해질수록 명품의 가치가 더해지고 점점 더 멋스러워지고 애착이 가는 애장품 같은 디자인이면 더욱 좋겠다. 당연히 사용상의 편리함과 미학적인 조화를 통해서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으며, 거기에 혁신성이 보태지면 더욱 좋다.

다시 정리하면, 디자인은 지극히 상식적인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사용상의 즐거움을 주며, 오래 쓸수록 멋과 품위를 주는 제품이면 좋겠다. 좋은 디자인은 인간 삶의 목적에 합치하는 실용적이고 심미적인 조형성을 적당히 추구하면서 촉각적이며 가시적인 실체적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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