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의 논설주간. 경영학 박사

 

사람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사회가 조화 있는 모습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권신장을 통해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고 해도 어른은 사회의 버팀목이고 시대의 자랑이기도 하다. 가정에서 아버지가 사라졌듯이 우리사회에 존경할 만한 어른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노자의 가르침 중 대인(大人)의 풍모를 보여라. "성인은 반듯하지만 깐깐히 남을 힘들게 하지 않고, 예리하지만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며, 솔직하지만 남에게 함부로 하지 않고, 빛나지만 남의 눈을 부시게 하지 않는다. 이처럼 대인다운 외유내강의 풍모에 진정한 카리스마가 풍긴다고 하였다.

우리 사회는 어른이 없는 사회인 듯 싶다. 자칭 타칭 리더라고 하지만 인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의 다툼 속에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데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큰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돌아보아 사심이 없기에 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허전함은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훼손시킨다. 그래서 어른에 대한 갈증이 더욱 깊어진다. 정치적 경험이 많고 연륜이 있다고 어른이라 부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어른과 노인은 분명하게 다르고 그 역할과 자리매김 또한 구분되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노인은 늘어나지만 자기만 알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어린애 같은 어른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른’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어른은 성인(adult)과는 구별된다. 육체적으로 성숙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사람을 의미한다. 사회적 갈등과 구성원들의 감정적 나뉨은 ‘어른 부재’의 원인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토마스 그레샴의 주장이 있다.

풀어 말하면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는 뜻으로서 돈의 유통량을 늘리기 위해 금화나 은화에 함유된 금과 은의 함량을 낮추는 일이 많았는데 그 결과 함량이 높은 주화는 장롱 속으로 숨어버리고 함량이 떨어지는 주화만 시중에 나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한 영향력을 지닌 어른들이 사라진 그 자리에 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법과 질서를 지키고 인격적인 성품을 지니고는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경쟁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방패삼아 불법을 일삼고 법을 무력화 시켜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관행에 이어 이제는 유권무죄 무권유죄 라는 신조어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소수 권력자 즉 잘못된 어른들의 일탈과 도덕적해이로 인해 발생한 것이 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법을 준수하고 바르게 살고 있는데 일부의 일탈된 행태가 사회 전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에는 스프링 벅(spring buck)이란 산양이 살고 있다. 

평소에는 작은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다가 점점 큰 무리를 이루게 되면 아주 이상한 습성이 나온다고 한다. 무리가 커지면 앞에 있는 양들이 풀을 먹어버리고 결국 뒤쪽에 따라가는 양들이 뜯어먹을 풀이 없으면 좀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 그러면 다시 맨 뒤로 처진 양들은 다른 양들이 풀을 다 뜯어먹기 전에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렇게 모든 양들이 풀을 먹기 위해 경쟁적으로 앞으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면 앞에 있는 양들은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더 빨리 내달리게 된다.

뒤에서 밀어 붙이니 앞에서 서둘러 뛰고 그러다 보면 모두가 필사적으로 달음박질을 한다.

결국 풀을 뜯으려던 것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다른 양들보다 앞서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뛰게 되는데 그렇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계속 뛰다가 절벽을 만나면 그대로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바르게 길을 인도하는 지도자가 없고, 그저 눈앞의 이익을 따라 언행 하는 우리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줄 어른이 없는 현실과도 같은 스프링 벅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단면처럼 여겨진다. 정치적 지도자를 비롯해서 나이가 많다고, 돈이 있다고, 권력이 있다고, 힘이 세다고, 존경받거나 어른으로 인정받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무원칙과 불법을 일삼는 사람들이 우두머리로 존재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닮고 싶고 존경하고 싶은 어른들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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