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김형천 기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25일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극도로 혼란스럽고 국민들께 정말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부분이 있기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솔로몬의 재판은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이 한 아이를 두고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가 다투자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나눠 가지라"고 판결한 이야기다. 

진짜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아이를 포기했고, 솔로몬 왕은 진짜 엄마를 가려낼 수 있었다.

나 전 의원은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 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저의 물러남이 우리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나아감이라 생각한다"며 "역사를 믿고 국민을 믿는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저의 진심, 진정성은 어디서든 변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영원한 당원'의 사명을 다하겠다"며 "정말 어렵게 이뤄낸 정권교체다. 민생을 되찾고 법치를 회복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이 소중한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려보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초선 의원 50명이 성명을 내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초선 의원들의 처지는 이해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며 "건강한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후보라든지 다른 세력의 요구나 압박에 의해 (불출마를) 결정한 게 아니다"며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연대할 것이냐는 질문에 "앞으로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은 보수정당 4선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경험과 당내 견고한 지지층을 내세워 집권여당 사령탑 자리를 노려봤지만, 후보 등록도 하지 못한 채 하차해 최대 정치 위기에 봉착했다. 

나 전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불출마에 대해 '당의 화합' '총선 승리'를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향후 정치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분석이 있지만 그가 출마를 접은 그 자체로 정치 인생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나 전 의원이 앞으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정 수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면서 나 전 의원 표심을 흡수하기 위한 쟁탈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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