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義理)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이라, 미련할 정도로 義理를 지키다보니 학생때는 친구를 대신하여 경찰서에 붙들려간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친구나 동료들의 어려운 문제를 보면 내가 대신 죽음을 선택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생각해보면 적어도 지인에 대한 배려를 저버리지 않을때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이 사적인 영역을 넘어서 공적영역으로 비집고 들어갈 때 국가에 대한 큰 손실이요 국민에게 큰 죄악을 낳는다는 것을 알았다.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연차로부터 돈 3억을 받은 것을 한때 국모(國母)였던 권양숙여사는 내가 받아썼다고 거짓 진술한 것은 누구를 위한 일인가?
도덕성을 마비시키고 자신들의 패거리에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반면 타인에게는 극도로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행태는 결국 종착역에는 나라와 국민이 모두 망하는 것이다.
장자(莊子)가 말하기를 집단적 이기주의는 결국 나라가 망한다고 설파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義理파는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다.
직업이 없는 이들은 힘없는 사람을 두들겨 패고 남의 물건을 뺏고 짐승을 잡아먹고 남의 아낙네들을 훑어보는 등 못된 짓으로 무위도식하던 중 어느날 우리도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남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일을 해보자며 의형제(義兄弟)를 맺는다.
유비, 관우, 장비는 황건적(黃巾賊)의 난(亂) 때 역사의 전면에 등장해 일세를 풍미하는 영웅이 된다. 이들이 맺은 도원결의(桃園結義)가 義理를 상징하는 말이 된 것은 평생토록 형제로서의 義理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깡패들이 술잔에다 각자피를 타서 마시며 형제로서 한평생을 지내자고 약속을 하며, 불의(不義)와 타협을 하고 집단적으로 이익을 위해 하는 일이라면 불량배들이 먹고 살기 위한 수단방법일 뿐이다.
의형제를 맺는 풍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부터 있어왔다. 그리스신화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의형제를 맺으며, 서유기에서 당 태종은 인도로 떠나는 삼장법사와 의형제를 맺는다.
義兄弟나 義理라는 말은 남성들만이 사용하는 언어의 도구가 아니다. 서포 김만중이 쓴 소설 구운몽에는 주인공 양소유의 여덟 부인도 의형제를 맺고, 사이좋게 살았다고 한다.
몽골은 한때 유라시아 대륙을 주름잡던 칭기스칸의 후예다. 지난날 그토록 거대했던 몽골이 지금 인구는 겨우 250만명 남짓이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한국의 1930년대보다도 더 초라하고 비참하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대통령이 이기적으로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몽골 유목민들은 다른 부족의 실력자끼리 의형제를 맺는 ‘안다 서약’이라는 관습을 갖고 있었다.
피를 섞어 마시고 옷이나 허리띠를 맞바꾸는 의식을 통해 인위적 혈연관계를 만들어 형제애를 과시하다가도 이해가 충돌되면 가차 없이 갈라섰고, 하루아침에 원수로 변하는 적이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온정적이고 직설적이어서 쉽게 의기투합하고 형님 동생으로 지낸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핵가족시대 아이들에게 형제를 만들어 주기 위해 전교생이 모두 의형제결연식을 가진 초등학교가 있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요즘 불우아동들과 변호사들이 단체로 의형제를 맺고 학생들을 도와주는 훈훈한 미담도 들린다.
‘조폭’들은 조직의 결속을 다지고 충성심과 과시욕의 수단으로 손가락을 자르고 문신을 새기며 의형제를 맺고 나쁜데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검은 결속’은 인간적 유대로 뭉친 것이 아니어서 이권이 사라지면 쉽게 배신한다.
약 10년 전 서울 아카데미 하우스 커피샵에서 꼬마민주당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1시간 30분간 단 둘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참 소탈하고 꾸밈없고 솔직하면서 겸손하게 세상사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이 모든 잘못을 자기의 아내에게 뒤집어씌우는 꼴이 우습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문 전 비서관, 권양숙여사의 검은 결속은 국민을 슬프게 하고 자신들을 초라하게 할 뿐이다.
우리 국민들이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잘잘못을 자기가 뒤집어쓰고 감옥에 갈 정도의 義理와 배짱과 용기 때문이다.
비굴하게 세상을 10년 더 사느니 단 하루를 살더라도 義理있게 살길 바란다.
저작권자 © 경인종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