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무형문화재 제24호 천봉 김정열氏

양주시 지원 받아 작업장·체험 장 운영

우리는 양주시 장흥에서 온 정성을 다해 꿈을 그려내는 도 무형문화재 제24호 나전칠기 명장을 만날 수 있다 나전칠기하면 흔히 자개장이라 부르는 전통공예품은 검은 옻칠 바탕에 반짝반짝 빛나는 재료로 장식한 가구라고 우리는 쉽게 떠올린다. 그러나 옛날 시골 할머니 댁에서나 마주했을 듯한 아담하고 옛 스러운 가구로만 생각했다가는 나전칠기의 극히 일부밖에 알지 못하는 누를 범하고 만다. 눈에 들어오는 작품마다 그 규모와 색감의 다양함에 우선 놀랐고, 그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빛의 조화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지난해 6월 나전칠기 명장인 천봉 김정열(56)씨는 양주시의 지원을 받아 작업장과 체험 장을 갖춘 장흥에 둥지를 틀어 전통을 계승발전 시키고 있는 그를 만나본다.

어릴 적 공부를 곧잘 해 꿈이 판사였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꿈을 접고 야간중학교에 진학. 하지만 그가 살고 있던 충남 서산에는 야간중이 없어 외갓집인 경남 통영으로 이사를가 야학을 하게 된다.

 그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외갓집에 살게 되고, 사촌형인 안창덕씨에게 나전칠기를 배우기 시작한게 그때부터 였다. 14살 때 외가 친척인 나전칠기 장인 안창덕씨 문하에 입문해 장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7살 때 공방 책임자를 맡는 등 어릴적부터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아마도 어머니는 저의 천직을 미리 아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껏 단 한번도 다른 일을 생각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처음 3개월 동안은 월급도 받지 않고 오직 일에만 집중해 매출상승에 기여했으며, 그 이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2배이상 많은 월급을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현대와 어우러진 전통문화 계승 앞장

나전칠기 명장 김정열씨의 작업장에 들어서면 집 안 여기저기에 조개껍데기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얼핏봐서는 쓸모없어 보이지만 그의 손만 거치면 조개껍데기들은 혼이 담긴 듯 오색영롱한 빛을 발한다. 그는 조개껍데기를 붙여 모양을 내는 ‘나전장’과 옻칠을 전문으로 하는 ‘칠장’의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김씨는 전통문화 계승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대통령 표창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의 장인에게 부여되는 ‘명장’이란 칭호를 얻었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1992년 제22회 전국공예품 경진대회에 ‘양주 별산대놀이’에 사용되는 탈 모양 50여점을 출품, 영예의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에는 전국 기능경기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하면서 이 분야에 확고한 명성을 쌓았으며 이후 그의 각종 대회 수상 경력은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직업능력개발 촉진대회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경기도 무형문화재이기도 학다. 문화재 보수기능도 보유하고 있으며, 전통 공예와 관련해 3개의 특허권도 갖고 있다.

  특히 ‘나전상감기법’은 금속이나 나무 등에 자개를 고정시키면서 음양의 원리를 이용,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기법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의 작품은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각을 창의적으로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열쇠고리, 목걸이, 휴대폰 장식으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양주시 청사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전시돼 있는 가로 3m, 세로 1.7m의 나전칠기 벽화 ‘양주별산대 탈과 춤사위’는 나전으로 표현한 회화작품으로 독특한 입체감을 살려 국내에서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1층 전시실에는 2년에 걸쳐 제자 2명과 함께 만든 12자의 자개장이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며 명장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이게 고가라 팔릴 지 의문이다며 팔리면 여길 채울 대작을 작업해야하는 부담이 되어 고민이고, 안 팔리면 경제적 부담이 있어 부담이다며 그 만큼 대작에는 혼신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현재 그의 수제자로 딸인 김영효와 이범, 김영미 등 13명을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젊은이들이 계승을 주저한다며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야 전통계승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사회는 고급브랜화가 성공하고 있다며 명품가방이 몇백만원 하지만 우리 고유전통으로 만든 것은 그에 비해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용품개발에 치중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인 본인의 호(천봉)를 딴 이니셜 CB를 창안해 자신의 작품마다 이니셜을 새기고 있다.


 관광·전통 어우러진 장흥서 발돋움

 지난해 6월 양주시의 지원을 받아 예전에 관광안내소로 쓰던 건물전체를 전시관과 체험관으로 나눠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장흥관광단지에 위치한 천봉 나전칠기 체험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광단지 내에서 무형문화재의 작품제작과정을 공개해 일반인과 관광객이 직접 볼 수 있고, 전시관에서 나전칠기를 관람하고 자개를 이용한 자개 핸드폰고리와 손거울, 쟁반 등 다양한 나전칠기를 체험할 수 있다.

 체험관 인근에는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조각공원, 국내최초 600mm급 망원경을 갖춘 동양최대의 송암스페이스센터, 조각을 체험할 수 있는 장흥 아트파크와 조각아카데미, 조상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청암민속박물관, 7만평의 자연생태를 느낄 수 있는 장흥자생수목원 등이 있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장흥에 둥지를 튼 지 이제 갓 1년이 다 되어간다. 많은 무형문화재들이 관광지에서 성패할 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장흥의 멋진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곳으로 만드는데 일조할 것으로 본다.”

 임재신 기자/jong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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