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식 법리 해석 앞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 넘기기도
 시흥시와 이웃한 안산시의 초지민속장과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성남의 모란시장을 비롯해 김포, 강화 5일장 등 전통에 맥을 잇는 수도권 대표적 민속 5일장들이 있다.
 대체로 이곳의 민속장들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고, 특히 시·군 지자체에서는 장이 열릴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 주거나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지역 특성을 살리고 홍보효과를 얻기 위해 전통시장의 명맥유지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민속시장을 떠올릴 때는 우리가 어려서 어머니, 아버지 손을 잡고 읍내 5일장에 따라가 검정고무신을 한 켤레 사고, 보모님 눈치 봐가면서 십리눈깔사탕에 당대 최고의 음식이던 짜장면 한 그릇 까지 배불리 먹으면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았던 추억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는 논스톱 쇼핑이니 뭐니 해서 편의위주의 쇼핑문화로 바뀌어 한곳에서 먹을거리, 입을 거리 생필품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어 세상이 참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에 반해 우리 전통시장은 조금은 불편함도 있으나 말만 잘하면 깍아 주고, 덤도 주고, 심지어 공짜로 얻을 수도 있어 역시 전통시장은 인간미가 있고 생선가게 아저씨의 호객 목소리마저 정겹고 친근감이 넘친다.
이런 추억을 느낄 수 있는 민속전통 5일장이 다행히 시흥시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20년께부터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군자동의 중심로 200여m의 거리에 3일, 8일, 13일 등 5일주기로 열리고 있는 도일 5일장이 있다.
 그곳에 가면 농번기엔 토마토와 오이, 참외와 고추 등 각종 모종과 아직까지도 맥을 잇는 대장간에서 직접 무쇠를 두들겨 만든 곡괭이, 호미와 쇠스랑 등 농기구를 판매하고 있고 또, 강아지, 토끼, 오리와 예쁜 병아리도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식당은 삶은 국수와 장터국밥, 돼지머리고기에 막걸리 등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도심 속 한복판에서 볼 수 있어 정말 정겹고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
또 다른 도심 속 전통 민속 5일장은 정왕동1861-2(시화병원앞 대로변)에서도 볼 수 있다.  이곳은 92명의 노점회원들이 경기도 일대의 김포, 강화, 금촌, 포천 등 전통 민속장을 떠돌다가 매월 5일과 10일, 15일 등 5일을 주기로 이곳으로 모인다.
이들은 16년 전부터 이곳에서 각종 의류제품, 과일, 야채, 생필품 등 싸고 질 좋은 상품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저질상품의 인식 전환을 위하여 질 떨어지는 싸구려 물건은 판매하지 않고, 좋은 물건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전통에 맥을 잇는 다는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평균 경력 20년, 현재 가장 나이 많은 노령자는 잡 곡식을 판매하는 78세의 장 모 할아버지 부부로 전통 민속장의 산 증인 이기도 하며, 소위 장똘배기로 평생을 노점에서 보내고 있다.   특히, 그들에 단골손님인 지역주민과의 화합을 위해 관내 소외계층에게 매년 수천여만원의 자비를 털어 아낌없는 환원사업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 정화차원의 주변정리는 기본이다.  
또한, 주변 상가상인들은 이들과 함께 최소 5일에 한번은 덩달아 특수(?)를 본다고 한다.
하지만 옛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명맥을 잇는 우리에 정왕 전통 민속 5일장과 군자동의 도일민속 5일장이 대형 쇼핑센터에 밀려 규모가 날로 축소되거나 더욱이 불법이라는 현대식 법리 해석 앞에 어느 날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를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대해 민속전통시장 상인들은 민속 5일장 존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민 여론이 확산되면서 시는 자율에 맡겨 존치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니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5일에 한번 꼴로 열리는 우리에 전통이 지역정서와 상권 활성화 등 상생에 길을 찾아 명맥을 유지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랫동안 함께하기를 기원해 본다.
 

정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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