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남들과는 다른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미지의 경기도 계곡을 추천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경기도 계곡은 붐비고, 비싸고, 가기 힘든 초대형 워터파크가 아닌 여유롭고, 돈 적게 들고, 쉽게 갈 수 있는 자연산 워터파크다. 미지의 경기도 계곡에서 남들과는 다른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자. 휴가는 휴식이자 재충전이어야 하니까.
1. 석룡산 조무락골(가평군 북면 적목리)
석룡산(1,155m) 기슭에서 생명을 얻어 5km 가량 굽이치다가 가평천으로 흘러드는 청정 계곡이 조무락골이다. ‘산새들이 조무락거린다(재잘거린다의 사투리)’ 해서 조무락골이니, 이름만 되뇌어도 어렴풋이 풍경이 떠오른다. 한자를 끌어다 조무락(鳥舞樂)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두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리라. 조무락골은 크고 작은 폭포수와 깊은 웅덩이, 기묘한 바위들이 손잡고 아름다운 자연을 빚는다.
조무락골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은 복호등폭포다. 용수동 버스 종점인 38교에서 계곡을 끼고 45분쯤 걸으면 오른쪽으로 조무락골 지류가 드리운다. 이 길로 5분 남짓 오르면 복호등폭포가 반긴다. # 찾아가는 길 : 가평에서 목동을 거쳐 75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조무락골 입구인 38교에 닿는다. 대중교통은 가평에서 용수동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2. 유명산 입구지계곡(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의 경계에 솟은 유명산은 해발 844미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며 계곡미도 빼어나다. 유명산의 여러 골짜기 중에서 대표주자는 북쪽 기슭으로 흐르는 입구지계곡이다. 약 4km에 이르는 유명산 입구지계곡은 참 예쁘다. 기암괴석과 깊은 웅덩이, 크고 작은 폭포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푸른빛을 띤 마당소, 용소, 박쥐소 등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설악산 천불동계곡을 축소한 듯하다는 찬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옛 선인들처럼 탁족을 즐기노라면 피로가 풀리고 더위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 청평과 양평을 잇는 37번 국도를 이용한다. 대중교통은 청량리와 청평에서 버스 운행.
3. 원각사계곡(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왕이 공을 세운 왕족이나 신하에게 땅이나 노비를 하사할 때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문서를 사패(賜牌)라고 한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이루는 산악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사패산은 선조의 6째 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갈 때 하사한 산이라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해발 552미터로 그다지 높지 않으면서도 기암괴봉과 울창한 수풀, 아름다운 계곡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빚는다. 사패산이 품은 골짜기 중에서 가장 원시적이면서 아기자기한 곳은 원각사계곡이다. # 찾아가는 길 : 송추에서 의정부 방면 39번 국도로 달리다가 원각사로 우회전한다. 대중교통은 3호선 구파발역에서 의정부행 버스를 타고 송추역을 지나 원각사 입구에서 내린다.
4. 비금계곡(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
수동 국민관광지는 맑은 물이 철철 흘러 물골안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서리산, 축령산, 주금산, 천마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운치가 일품인 곳으로 여러 계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수동 국민관광지의 최상류에 위치한 비금계곡은 약 2km에 걸쳐 이어지는데, 울창한 수풀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흘러 피서지로 사랑받는다. 비금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가벼운 등산로를 더듬는 것도 좋다. 비금계곡 입구에는 몽골문화촌이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몽골문화촌은 1998년 남양주시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시와 우호협력관계를 맺은 것을 계기로 문을 열었다.
# 찾아가는 길 : 마석에서 수동을 거쳐 들어간다. 대중교통은 청량리에서 구리-남양주-마석을 거쳐 비금리로 가는 버스 이용.
5. 수락산 은류골(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수락산(638m)은 거대한 화강암 암벽이 노출되어 있으나 산세는 그다지 험하지 않다. 수락(水落)이라는 산 이름은 동쪽 기슭의 여러 폭포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해서 붙은 것으로 보인다. 수락산 동쪽 자락을 흐르는 계곡은 흔히 청학동이라고 부르며 옥류폭포, 금류폭포, 은류폭포, 은성폭포 등의 시원스러운 물줄기를 거느리고 있다. 상류로 오르면 곧 안도하게 된다. 30분쯤 오르면 계곡이 둘로 갈라진다. 오른쪽은 금류폭포가 있는 금류동천으로 대부분의 수락산 등산객들이 오르는 길이며, 왼쪽은 은류폭포가 있는 은류골이다. # 찾아가는 길 : 퇴계원과 의정부를 잇는 43번 국도를 달리다가 청학리에서 수락산유원지 방면으로 들어온다. 대중교통은 4호선 당고개역에서 청학리행 버스 이용.‘
6. 사패산 회룡골(의정부시 호원동)
사패산 동쪽 기슭의 회룡골은 회룡사와 석굴암 등 두 고찰을 간직한 데다 계곡 풍광이 빼어나고 시원해서 문화유산 탐방을 겸해 여름철 피서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회룡골 탐방안내소에서 600미터 지점의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회룡사, 오른쪽 가파른 길로 올라가면 석굴암으로 이어진다. 회룡사는 681년(신라 신문왕 1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천연 석굴인 석굴암은 이성계가 조선 태조로 등극하기 전에 무학대사와 함께 3년간 대업 경륜을 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 찾아가는 길 : 의정부 서부로를 이용해 회룡사 방면으로 들어온다. 대중교통은 1호선 회룡역 이용.
7. 탑동계곡과 왕방폭포(동두천시 탑동동)
동두천 시내에서 동쪽으로 7km 떨어진 곳에 해발 737미터의 왕방산이 솟아 있다. 왕방산은 \왕이 방문한 산\이라는 뜻으로, 972년(고려 광종 23년) 도선국사가 수행할 때 광종이 친히 행차하여 격려한 후 불리는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왕방산과 그 북쪽으로 이어진 국사봉(754m) 사이로 6km에 걸쳐 흐르는 골짜기가 탑동계곡이다. 탑동이라는 이름은 인근에 고려 말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과 석불이 있었다고 해서 일컫는 것으로, 삼층석탑은 일제강점기 때 유실되고 지금은 석불만 남아 있다.
탑동계곡은 ‘동두천의 무주구천동’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긴 계곡을 따라 낭바위, 아들바위, 층대바위, 줄바위, 소하천 등 온갖 형상의 암반과 석벽, 기암괴석이 이어진다. # 찾아가는 길 : 동두천에서 364번 지방도를 타고 들어온다. 대중교통은 탑동-왕방 방면 동두천 시내버스 이용.
8. 보개산 큰골(포천시 관인면 중리)
포천과 연천의 경계에 지장산 또는 지장봉이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제 때 총독부가 잘못 붙인 이름이며, 우리 옛 문헌들은 한결같이 보개산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하루빨리 제 이름을 찾아야겠다. 보개산은 왕건에게 쫓기던 궁예가 최후의 일전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보개산성이라고 불리는 성터가 바로 그 역사의 현장으로 지금은 70미터쯤의 석축이 군데군데 남아 있을 뿐이다.
보개산 동쪽 기슭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골짜기가 지장계곡이라고도 일컫는 신흥동 큰골이다..# 찾아가는 길 : 포천과 철원을 잇는 87번 국도를 따르다가 중1리에서 들어간다. 대중교통은 포천에서 관인면 중리로 가는 시내버스 이용.
9. 벽계9곡(양평군 서종면 노문리)
노문8경의 하나인 벽계9곡은 통방산과 곡달산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맑은 계곡이다. 노문리에서 시작하여 북한강과 만나는 수입리, 즉 무드리에 이르는 벽계천이 흡사 새 을(乙)자 모양으로 흐르며 굽이마다 자아내는 정취를 아홉 개로 나누어 구곡(九曲)으로 정한 것이다. 제1곡은 외수입(바깥무드리), 제2곡은 내수입(안무드리), 제3곡은 정지터(이제신 선생의 옛터), 제4곡은 용소, 제5곡은 자라소, 제6곡은 분설담, 제7곡은 석문, 제8곡은 속사천(속사마을 앞을 흐르는 냇가), 제9곡은 일주암(갈문바위의 선바위)을 말한다. # 찾아가는 길 : 양수리에서 청평 방면 북한강변 도로를 따르다가 수입리에서 우회전. 대중교통은 양수리에서 문호리를 거쳐 노문리로 가는 버스 이용.
10. 마감산계곡(여주군 강천면 걸은리)
말감산이라고도 불리는 마감산은 해발고도 388미터에 불과하지만 이 근방에서는 가장 높다. <여주군지>에 따르면 북벌의 공을 세웠던 이완 장군이 영월루에서 말을 풀어놓았더니 이 산으로 갔으므로 그때부터 마감산(馬甘山)이라고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옛날에 이 산에 살던 마귀할멈이 사람들에게 심술을 부려 괴롭히기도 하고 때로는 생명을 빼앗기도 하여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는 전설도 내려오는데, 인근 북내면 석우리에는 마귀할멈의 지팡이로 전해지는 선돌이 있다.
마감산계곡은 규모가 작고 소박하다. 그러나 제법 멋을 부린 짤막한 폭포도 있으며 맑은 물에서 노니는 작은 물고기들을 잡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 여주에서 경기도학생여주야영장(경기도청소년수련원) 방면으로 온다. 대중교통은 여주에서 걸은리 방면 버스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