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 잡목 등으로 묘지의 흔적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는 무연고 묘지만을 찾아 10년간을 벌초봉사를 하는 이가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감동에 주인공은 안산시 단원구 화정동에서 모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 종하씨( 59세)로 추석을 전후하여 30도씨를 가까이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에도 돌보지 않는 묘를 찾아 묵묵히 벌초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남달리 벌초봉사에 애착을 갖게 된 계기는 10세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어린나이에 남의 집을 전전하며 머슴살이 등 갖은 고초를 겪으며 온갖 고생을 하다 보니 부모님 묘소를 돌볼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부모님을 모셨던 토지마저 다른 사람명의로 넘어가면서 울타리를 설치했고 부모님 무덤의 벌초를 못해 늘 마음속 한쪽에는 안타까움이 자리 잡고 있어 어느 날 남의 묘소가 잡초로 뒤덮여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을 보고 불연 듯 부모님 묘소라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10년 전을 회상했다.

 박 씨가 처음에는 시흥시 산현동에서 거주하면서 인근의 공동묘지를 찾아 벌초가 되지 않은 묘소 20여기를 시작으로 점차 묘지수를 늘려가다가 현재 안산시 화정동으로 이주한 후에는 화정동의 안양공원묘지를 찾아 올해 자신이 벌초 할 수 있는 목표를 100기로 설정하고 2일 현재 80여기를 마무리 했다고 말하고 추석에도 후손들이 찾지 않아 숲으로 덮인 묘지 20여기를 더 벌초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 씨가 벌초하는 일에 각별하게 애정을 쏟는 것은 잡초가 무성했던 이름 모를 묘지가 맥가이버와 같은 그에 손이 지나가면 말끔하게 단장되어 땅속에 계신 그분도 개운함을 느끼실 것 같아서라는 말과 함께 거기에 감동을 더하는 것은 자신이 벌초를 한 묘소에 대해 조의를 표하고 사비를 털어 꽃 한 송이를 묘지에 바치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그도 음식점영업과 사단법인 축산기업중앙회 경기도지회 시흥시지부장직을 역임하면서 바뿐 일정에도 틈틈이 벌초 일을 한다. 오전 8시께부터 11시께까지 집중적으로 작업하는데 묘지 한기를 벌초하는 시간은 보통 20~30분 소요되며 많게는 2시간 가까이 하는 경우도 있어 하루 평균 10기정도 벌초를 한다고 했다.

 자신이 벌초를 하면서 느낀 점은 잡초가 무성하여 숲인지 묘지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운 묘지를 찾아 벌초를 하다보면 고인이 누구인지 자손이 누구인지 비석까지 세워 처음에는 잘 관리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랜 기간 동안 찾지 않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의 산소 벌초하기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부모라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 없이 벌초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힘닿는데 까지 계속해서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벌초를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난해 벌초를 하던 도중에 벌집을 잘못 건드려 벌에 쏘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고생을 했던 일이 생각난다면서 그래도 이일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오늘도 그에 낡은 예초의 기분 좋은 엔진 소리가 안양공원묘지에서 이름 모를 묘지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정성엽 기자/jonghapnews.com
 

저작권자 © 경인종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