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아나콘다 [사진=Reuters]
▲녹색 아나콘다 [사진=Reuters]

[경기= 이한준 기자]

비단뱀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사료 효율도 높아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 매콰리대 대니얼 나투시 박사팀은 15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태국과 베트남 농장에서 사육되는 비단뱀의 1년간 성장 속도 등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태국 우타라딧주와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비단뱀 농장 두 곳에서 사육되는 4천601마리의 말레이비단뱀과 버마비단뱀의 성장률과 사료 전환율(FCR. 먹이 섭취량 대비 체중 증가량) 등을 분석했다.

비단뱀에게 야생 설치류와 어분 등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단백질 먹이를 주고 1년간 정기적으로 몸무게를 측정하고, 먹이를 주지 않는 기간 중 무게 변화도 조사했다.

그 결과 말레이비단뱀과 버마비단뱀은 먹이를 자주 먹지 않아도 12개월 동안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 성장률이 수컷보다 높았고, 하루 체중 증가량은 버마비단뱀이 0.24~42.6g, 말레이비단뱀이 0.24~19.7g에 달했다.

또 20~127일 동안 먹이를 주지 않는 실험에서는 하루 체중 감소량이 평균 0.004%에 불과했고, 먹이를 다시 주면 빠른 성장세를 바로 회복했다.

나투시 박사는 "비단뱀은 체중을 잃지 않으면서 장기간 금식이 가능하다"며 "비단뱀은 비늘에 맺힌 이슬을 먹고 살 수 있어서 물도 거의 필요하지 않으며 이론적으로는 뱀에게 1년 동안 사료 공급을 중단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료전환율은 지금까지 연구된 다른 가축보다 더 높고 먹이 종류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며 "특히 비단뱀은 전체 몸무게의 82%가 고기 등 사용가능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결과는 비단뱀 사육이 기존 축산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연구 기간 동안 뱀으로 만든 바비큐 꼬치, 육포, 카레 등의 음식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뱀고기에 대해 "맛은 닭고기와 비슷하나 좀 더 감칠맛이 난다"며 "뱀은 팔다리가 없어 도축하고 필렛을 만드는 과정이 쉽다"고 전했다.

다만 연구팀은 뱀고기가 당장 서구 식단에 오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새로운 가축을 생산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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