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종합일보 전경만 기자]


제정일치와 제정분리는 고대국가에서 근대국가의 형태로 넘어가는 지표 같은 것이다. 제정일치국가는 제사장이 중심이 된 사회로 제사장이 종교적인 힘을 바탕으로 정치권력과 군사권력을 통제하는 국가형태를 제정일치 국가 형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정일치국가의 형태가 끝이 나는 시점은 고조선의 멸망과 함께 이었다. 단군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뜻은 제사장과 군대의 권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고조선이 멸망하고 삼한시대에 들어서며 단군은 제사장으로써 천군이 되고 정치·군사 권력을 쥔 군장이 새로 등장해 대등하거나 군장이 약간 우위에 있는 사회가 만들어 진다. 이런 형태의 지배형태는 삼국시대 초반까지 이어지다 군장이 왕이 되면서 천군은 왕의 아래에 놓이게 된다.

삼국시대 중반에 이르게 되면서 제사장은 왕이 임명하는 임명직의 위치에 놓이게 되며 왕이 임명하는 제사장을 국사라고 호칭했다. 국사라는 호칭이 쓰이게 된 것은 불교가 삼국의 국교로 임명되면서 부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종교의 영향은 컸다. 국사의 호칭을 수여받은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간혹 정치에 개입하거나 왕의 인사권에 개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국사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늘날에 와서는 종교는 정치와 완전히 분리되었으며 종교는 정치행위에 대한 간섭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서양의 경우 제정일치에서 제정분리가 되기까지는 우리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신들의 나라 그리스와 로마를 거치며 기독교가 전파되고 로마가 가톨릭 국가가 되면서 종교지도자는 왕위에 군림하기도 했다. 중세에 들어서서 신성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이 분리되면서 제정일치의 형태는 파탄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신성로마제국의 교황은 유럽이 근대화되기 전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 전통은 아직까지 유럽사회에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종교적인 힘에 휘둘리고 있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최태민은 영세교의 교주 이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영세교의 열렬한 신도이었음이 언론을 통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그리고 영세교의 2대교주로 알려진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 깊숙하게 개입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에 영세교적 행태가 있었다는 의혹과 함께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국정운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국정교과서 추진, 개성공단 중단, 세월호 참사 등이 모두 최순실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들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작업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도중“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혼이 비정상이라는 주술적 발언과 역사교과서의 상관관계에 대해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제정분리가 시작된 지 2000년 만에 다시 제정일치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은 현 정부가 추진중인 사업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에게 항의하는 것조차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자고 주장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최순실이라는 희대의 국정농단 주역과 전 세계적인 비웃음거리인지도 모르는 새누리당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역사는 현재가 변화하면 과거도 변화하고 현재의 이념과 해석에 따라 또 해석하는 방법과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된다는 것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모른다면 자격미달이며 알고도 그랬다면 집권에 눈이 멀어 직무유기를 한 것이 된다. 그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을 말리지 않았다면 최순실과 함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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